[박종구 칼럼] 재정만능주의는 毒이다

메뉴열기 검색열기

[박종구 칼럼] 재정만능주의는 毒이다

   
입력 2020-02-26 21:00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지난해 5년 만에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39조5000억원으로 세입예산 대비 1조3000억원 부족했다. 재정 운용에 적신호가 울렸다. 세수 결손은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대중 수출 둔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후유증 등으로 성장률이 2%로 떨어졌다. 상장법인의 영업이익이 35% 이상 줄면서 법인세수가 7조원 덜 걷혔다.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모두 줄었다.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인상되었지만 세수가 줄어든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재정수지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작년 11월까지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조9000억원이다.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45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금년도 예산은 전년 대비 9.1% 늘어난 512조원 슈퍼 예산이다. 국채발행액도 60조원에 이른다. 복지지출 확대와 공무원 증원 등으로 고정지출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우한발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경제는 대폭적인 성장률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금년 예상 성장률을 2%로 추정했다. 5.8%, 5.7% 성장률을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 스탠더드앤푸어스(S&P) 전망치의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액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주력 시장이다. 중국 성장률이 1% 포인트 줄어들면 우리나라는 0.5% 내외 성장률이 하락한다. 1월 수출이 6.1% 감소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티은행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0.3% 포인트 성장률 하락을 예측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0.2% 포인트 하락을 전망했다.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비해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나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년간 복지 예산을 늘이고 일자리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왔다. 성장률 둔화, 세수 감소, 부채 증가 등으로 재정 여력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지난 4분기 1.2% 성장의 75%를 재정이 담당했다. 재정의 과부하 현상이 과도하다. 채무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부부채 비율 증가율이 아르헨티나, 중국에 이어 3위다. 평균 잠재부채도 브라질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급속히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 0.9명 이하로 떨어지는 합계출산율이 재정 운용을 크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인구 감소가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인구 감소 시대의 재정 운용은 새로운 발상과 접근을 요구한다.
미국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고용에서 차지하는 연방공무원 비율은 1980년 대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지출 비율도 약 20% 수준으로 1950년대 아이젠하워 정부 때와 비슷하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민간 부문의 창의와 활력을 극대화한 것이 미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견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율을 금년 2.5%, 내년 2.4%로 전망했다. 최근 2년간 잠재성장율 하락폭이 우리나라 보다 더 큰 회원국은 터키와 아일랜드 두나라 뿐이다. 친시장, 친기업 정책을 펴 기업의 활력을 제고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정답이다. IMF는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잠재성장률이 0.3% 포인트 상승한다고 주장한다.

20년째 시범사업만 벌이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중국은 원격의료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알리헬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매일 10만명을 원격진료 한다. 시간당 생산성은 2017년 기준 29위에 불과하다. 노사협력은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130위로 최하위권이다.

마크롱의 노동개혁으로 프랑스의 4분기 실업률은 8.1%로 떨어졌다. 11년만에 최저치다. 재정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국 경제의 활력이 살아난다.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