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五感의 역사, 나무](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2702152269660001[1].jpg?var=3432 "[논설실의 서가] 五感의 역사, 나무")
고규홍 지금 / 휴머니스트 펴냄
기념식수가 동서고금 행해져온 걸 보면 나무는 무엇을 기념하기에 좋은 상징물인 것 같다. 수백 수천 년 수령의 나무가 있으니 어떤 행위를 기념하는데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더구나 나무는 무생물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다. 삶의 공간에서 시각, 청각(바람이 잎사귀 사이를 지날 때), 후각(나무는 고유의 냄새를 갖고 있다), 촉각에 가끔 미각(열매나 이파리를 따먹기도 한다) 등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은 이러한 나무의 속성으로부터 유래한 나무를 심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전 시골에서는 자녀를 낳은 것을 기념해 감나무나 대추나무 모과나무 사철나무 등을 심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 선조들도 가족사나 나라의 애경사가 있을 때 나무를 심었던 듯 싶다. 저자 고규홍은 20년간 나무를 찾아 다니고 나무를 탐구해온 인문인(人文人)이다. 전국 각지를 두루 섭렵해 나무에 얽힌 스토리를 채록해 책에 담았다. 최치원 맹사성 김정희 등 유명인 뿐 아니라 무명씨의 사연이 저마다 다채롭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었는지, 또 어떤 태도와 자세로 삶을 살았는지 기록과 저자의 상상력으로 되살아났다. 저자는 책을 낸 동기를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사람살이의 역사가 나무에 담겨 있었다. 나무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역사의 빈자리를 마치 퍼즐 맞추듯이 꿰맞추게 되었다"고 했다. 책은, 옛사람들은 나무를 심으며 의지를 굳건하게 다지고, 뼛속 깊은 슬픔을 달래고, 중요한 순간을 기억하곤 했다고 들려준다. 즉 나무를 가꾸는 일은 자신을 다잡고 돌보는 일이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삶을 지혜롭게 살 수 있을지, 어떻게 나를 지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돌아보게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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