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땐 `0% 성장` 각오해야… 정부 경제정책 전면 수정을"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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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땐 `0% 성장` 각오해야… 정부 경제정책 전면 수정을"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0-02-27 20:12

초기 인적 피해로 시작하는 전염병… 결국엔 全 방위적 경제 피해로 나타나
과학 영역서 정치 빠져야 하는 데, 우린 시진핑 방한·日 올림픽 때문 中 눈치
'국가가 개인의 삶 책임' 지키지 못할 약속… 복지는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것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평소에 추경을 안 하다가 추경을 하면, 국민들이 '아 비상대책이구나' 하며 기대를 갖게 되고 정책적 순응 현상을 보입니다. 그래서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그런데 항상 해왔잖아요, 평상시에도. 그러니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요.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일사불란한 정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겁니다. (중략) 코로나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경우 올해 1%대커녕 0%대 성장도 각오해야 할 겁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우선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성급한 생각을 하게 돼요. 답은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해온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지금 기업에 길을 터주면 만들어질 일자리 여지가 아직 많아요."

코로나 사태가 확산 직전의 변곡점을 맞던 지난 21일 경제, 사회, 외교안보에 목청을 높여온 경제학계의 대표적 자유주의 학자인 김태기 교수를 만났다. 예의 그는 만나자 마자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응에 가차 없는 비판을 가했다. 경제가 이미 가라앉고 있었고 코로나가 결정적 한 방을 날린 셈인데 근본적 방책은 내놓지 않고 돈을 퍼부어 해결하려고 한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기업이 정부를 믿도록 만드는 제도적 개혁이 급선무"라며 "유래 없는 감염병 위기를 겪고 있는 이때가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늘린다면서 거꾸로 일자리가 시장에서 구축(驅逐)되도록 만들었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 노동개혁, 정치개혁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야권의 자유우파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노동'이라는 말만 꺼내면 자유우파는 핏대를 올리거나 또는 원죄를 지은 것처럼 주눅들어 왔다"며 "노동이야말로 우리 삶과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근원적 본류인데 노동에 대해 관심도, 공부도 안 했다"고 했다. 노동의 이니셔티브는 항상 좌파에게 뺏겨왔다는 주장이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는 학자답게 그는 시종일관 자신 있게 지론를 펼쳤다. 인터뷰가 있던 지난 21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51명)에 비해 4배 폭증해 200명이 넘어설 때였다. 자연스럽게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지금 정부의 코로나 확산 방역과 대응책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전염병의 피해는 병 자체보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초기 인적 피해에서 시작해 결국은 전 방위적 경제적 피해로 나타납니다. 한 번 미국과 비교해 보세요. 우리는 초기 대통령이 나서 불안해하지 말라며 달래는 것이었어요. 점점 사태가 심각해지니까 대통령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경각심을 가지라며 나무랐지만 의사협회의 감염 위험자 입국 제한 권고를 무시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주 내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어요. 미국에 이어 다른 나라들도 자국민 안전에 최우선순위를 두자 정부가 마지못해 후베이성에 한해 부분적 입국 제한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대통령의 언급 후 후속 조치는 계속 오락가락 했습니다. 미국은 시스템으로 움직였던 거지요. 그래서 성공적인 방역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지금(2월 21일) 우리는 갑자기 어제부터 폭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역 실패에는 문재인 정부 지난 3년의 난맥상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질병관리본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같은 상설 및 비상설 시스템이 있잖아요. 우리는 시스템 대응이 안 된다는 건가요.

"있으면 뭐합니까. 대통령의 한 마디에 왔다갔다 하는데요. 미국은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판단만 하는 것이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아요. 그러니 재난에 임해야 할 정부 재난본부 사람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게 되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시스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겁니다. 매뉴얼에 따라 가야 하는데 대통령의 한 마디에 좌지우지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치를 떠나 오직 국민 안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역에만 초점을 맞추거든요. 물론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를 전혀 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초비상 시국에서는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것은 눈감아야 하는 거예요."

-그래도 대통령은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하잖아요.

"과학의 영역에서는 정치가 비집고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사태가 이렇게 된 원인이 분명하잖아요. 중국으로부터 감염원 유입이잖아요. 그럼 초기에 강력한 대응을 했어야지요. 그것이 과학의 영역 아닙니까. 현 정권의 중국 눈치보기, 구체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상반기 가능하면 4월에 성사시키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감염원 유입 결정을 못했다는 오해를 살 여지가 많아요. 시 주석 방일이 예정돼있고 올림픽 치러야 하는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중국 밖에서 가장 혹독하게 대가를 치르고 있는 두 나라가 한국과 일본 아닙니까. 이 두 가지 변수가 없었다면 일본은 과감하게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했을 겁니다."

-방역도 방역이지만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초기 잘 설정됐다고 보십니까.

"바로 그게 잘못 됐다는 겁니다. 감염 확산 초기에는 '마스크 별로 효과 없으니까 끼지 마세요. 손 잘 씻고 물 자주 마시고 개인위생 철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는 것이 미국 보건전문 당국의 권고 사항이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감염원 유입 문은 훤히 열어놓으면서 대통령이 마스크 쓰고 나와 조심하라고 했어요. 앞뒤가 맞지 않잖아요. 서울시장은 나와서 엘보로 악수하라고 했고요. 국민들이 안 불안하겠습니까? 초기부터 국민을 위축시켜놓으니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국민에게 믿음을 못 주는 겁니다."

-추경으로 경기 추락을 막아보려고 하는데요.

"평소에 추경을 안 하다가 추경을 하면, 국민들이 '아 비상대책이구나' 하며 기대를 갖고 정책적 순응을 보일 겁니다. 그래서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그런데 항상 해왔잖아요, 평상시에도. 그러니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요. 그리고 지금 예비비가 2조원 이상 있다는 거 아닙니까. 청와대 정책실장도 '우리 예비비 많이 남았습니다. 쓸 돈 많아요.' 그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부총리는 추경 얘기를 하거든요. 국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일사불란한 정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에요. 그렇지 않으니 불안이 가중되는 겁니다. 대통령이 비상수단을 총동원하라고 했는데, 사실 추경 밖에 마땅한 게 없는 겁니다. 헌법 76조에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 있긴 한데, 그것까지 발동할 만큼 우리 재정 여건이 부족한 게 아니거든요."

-거론은 되고 있는데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대통령이 내우·외환과 재난 등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처했을 때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데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경우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법적 효력을 갖는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 국회도 열려 있고 재정경제상 비상수단을 쓸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긴급한 개혁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더 주목해야 합니다. 효용가치를 다른 데서 찾아야지요. 프랑스 헌법에도 비슷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는데, 지금 마크롱 대통령이 그걸 활용해 여러 가지 개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우리도 대통령이 발동을 한다면 개혁을 하는데 활용해야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할 때 국가가 개인의 삶은 책임져주겠다고 했거든요. 지금 일각에서는 "감염병으로부터도 지켜주지 못하는데 무슨 삶을 책임져주냐"는 반문을 하는 이들도 있어요.

"소득주도성장 처음 얘기할 때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70~80%까지 올라갔어요. 그런데 1~2년이 지나면서 '이건 아니지 않냐'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사라지니 저소득층의 소득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오히려 감소했어요.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이전소득을 제외하면 가계의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은 마이너스입니다. 애초부터 될 수 없는 정책을 도입한 것인데, 국민들이 그것을 알고 나니 지지율이 추락한 겁니다. 정부 경제정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못 받고 있는 게 큰 문제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국가주의'는 결국은 국민의 몫을 갖고 국민에 쓰겠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정부가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어요.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말을 한 겁니다."

-문제는 불가능한 약속을 국민들이 잘 속아 넘어간다는 건데요.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지잖아요. 정부가 복지, 일자리를 다 해결해준다는데 이게 과연 맞는가, 달콤한 얘기 아니예요? 정부가 다 해결해준다는데.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지지에서 이탈하는 겁니다. 지지율이 50%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 말해주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 다른 것 없습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결국 국민들의 힘밖에 없는 거고, 자유우파가 국민들한테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정치싸움으로 비쳐질 텐데, 사실은 그게 아니고 삶의 근거고 자녀들의 미래라고 하는 것을 확실하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용기 있는 정치인이 별로 안 보여요.
"예를 들어, 좌파 정치인들 중에서 독일 슈뢰더 수상이 있습니다. 우파에서는 대처수상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은 우리나라 좌파들은 슈뢰더 공부를 진짜 해야 합니다. 한국의 사위지요? 그 분이 쓴 책을 쭉 보면, 참 훌륭한 분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이 사람은 말 그대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자거든요. 유럽의 대표적 좌파 정치인이었는데, 그런데 이 분이 사회민주당 사람들을 다 모아놓고 뭐라고 했느냐면, '당신들이 개혁도 안 하면서 국회의원 한다고? 안 돼. 돼서도 안 돼.'라고 했거든요. 사회민주당이 가장 싫어했던 노동개혁, 복지개혁을 다 성공시킨 거 아닙니까. 그런 슈뢰더 수상의 애국심을 국민들이 알았던 거지요. 또 세금을 낮추고 건강보험과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시스템을 뜯어고쳤기 때문에 후임 메르켈 총리 때 독일 경제가 활력을 찾은 겁니다."

-슈뢰더는 정권 이양에서도 '쿨'했어지요?

"그 전에 그가 개혁을 밀어붙일 때 뭐라고 외쳤냐면 '나, 신자유주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세계화라고 하는 것은 현실이고 우리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선택이 아니잖아. 그 문제 직면해야 돼. 당신들이 할 수 있다고? 왜 그럼 실업률이 이렇게 높지?'라고 했거든요. 그러니 개혁에 반대하던 사회민주당 사람들이 할 말이 없었던 거예요. 2005년 선거에서 절대 다수당이 나타나지 않자 기민당 메르켈과 협상에서 불리해지자 깨끗하게 내각에서 물러나 정치를 떠났잖아요. 참 멋진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데 왜 그런 정치인이 없냐 그 말입니다."

-정말 왜 그런 건가요?

"제가 보기에 우리 상황도 당시 독일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청년 실제실업률이 25%예요. 40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대 지지자들인데 소리 없이 실직자가 돼가고 있어요, 지금. 영문도 모르고 '직장이 휴업했네요, 문 닫았네요'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같은 곳은 막강한 노동조합이 있어서 그런 일은 없는데, 협력회사들에 가면 40대들은 소리 소문 없이 구조조정 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좌파들이 얘기를 해야 합니다. 독일보다 더 좌파성향이 짙은 스웨덴도 하잖아요. 그 개혁주도를 사회민주당이 하고 기민당과 합작해서 해요. 그리고 개혁안을 누가 만드느냐면, 자기들은 큰 틀에서 합의만 하고 구체적인 것은 공무원들한테 만들어 가져오라고 해요. 그러니까 아주 깔끔한 개혁을 했어요. 그게 1992년도입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도 좋은 예입니다. 클린턴이 뭐라고 했냐면, 자기는 민주당인데 앞으로는 새로운 민주당, 뉴 데모크라시라고 표현하면서 레이건 시절 했던 보수주의적 정책들을 가져왔던 거거든요. 복지를 개인의 책임으로 시작하도록 법을 만들었어요. 클린턴 행정부의 복지개혁법이 그겁니다. 그 골자가 '복지는 개인의 책임으로부터 시작하는 거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겁니다. 미국도 클린턴 개혁 때 막 싸울 줄 알았는데, 밀고 당기면서 만장일치로 이룬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게 안 되는 건가요.

"우선 애국심이 부족한 겁니다. 슈뢰더와 스웨덴, 클린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우리 정치인들이 좀 뜯어봐야 하는데, 그들로부터 배우려하기는커녕 관심도 안 기울이는 겁니다. 좌파의 자각이 어떻게 이뤄지는가 잘 봐야 합니다. 슈뢰더가 유명한 말을 했어요. '시대를 앞서가지 못하면 시대에 잡아먹힌다.' 명연설입니다. 우리에게 정치인의 책임을 발견할 수가 없어요. 정당 지원자금에 골몰해 이합집산도 하고."

-지금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폄하되는 개인주의가 아닌 진정한 개인주의가 결핍돼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개인 책임을 회피하는 사상을 자꾸 심어요. 복지는 모두 국가가 하는 거라고 인식시키는 거예요. 클린턴처럼 복지는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해야 합니다. 슈뢰더는 복지를 '월페어'가 아니라 '워크페어'라고 이름도 바꾸었어요. 우리는 그런 용기 있는 정치인들이 없는 거지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했을 때 외부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대처수상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자유와 번영을 흔드는 것은 아르헨티나가 아니고 영국의 노동조합입니다.' 국민들이 다 박수를 쳤어요. 물론 포클랜드전쟁 승리의 모멘텀이 작용했지만 노조와의 싸움에서 이김으로써 이후 영국병을 말끔히 씻어내게 됩니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대처 수상의 말이 맞거든요, 안하무인에 멋대로 파업을 하고. 대처 선거캠프의 슬로건이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누가 영국을 지배하는가'였어요. 노조에 대한 전쟁을 선언한 거지요."

-당시 영국병에 못지않은 '한국병'은 어떻게 고쳐야 합니까.

"기득권 노조 문제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질병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퇴치될 겁니다. 그러나 기득노조의 횡포를 퇴치하지 않고는 한국이 안전할 수 없어요. 대처수상이 선거에 임하면서 보수당 강령을 바꿨습니다. '노동조합의 권리와 노동조합의 책임을 균형 있게 만든다.' 이게 영국 보수당 강령 1호가 됐어. 당시 영국 보수당은 노동조합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 있게 함으로써 (노조가 아닌) 근로자들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겠다고 한 겁니다. 당연히 선거에서 이기지요. 그러자 대처 때문에 노동당이 전전긍긍, 안 되는 겁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보수당은) 문제의 본질을 모른다는 겁니다. 우리 노동조합이 대기업, 공기업 중심으로 돼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그 사람들 배불리기 위해서 중소기업 노동자들, 비정규직들이 다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지요.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 도움 없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까? 결국은 '촛불혁명' 자체가 민주노총 없으면 불가능했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이 호랑이 등에 탄 겁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노총은 연합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하면서 개혁의 결실을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분야가 노동개혁입니다. 그러나 방치돼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 독일 같은 유럽을 보면, 대기업 임금은 동결하고 밑은 끌어올려요. 노동자 스스로가 알아요. '임금격차 너무 나잖아. 우린 이 정도 됐으니 이제는 밑을 끌어올려야 돼.' 그러거든요. 이게 노동운동의 정신입니다. 말 그대로 '근로자연대'거든요. 솔리데리티(solidarity)입니다. 당연히 스스로 자제하고 밑에 있는 중소기업을 배려하자고 해야 하는데, 안 하잖아요. 악착같이 다 가져가잖아요. 문 정권 들어와서 그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어요. 소득주도성장으로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잖아요. 비정규직 비율이 제일 많이 늘었고 임금격차 더 벌어진 게 통계청 통계입니다. 그 원인은 바로 노동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거거든요. 힘 있는 노동자는 더 배불리 먹고 힘 없는 노동자는 더 가난해지는 구조거든요. 10% 정도의 노동조합들은 말 그대로 기득권을 누리고 있고 나머지 90%는 다 소외된 거예요. 그들의 기득권 강화가 노동운동의 목적이 되고 기득권은 더 강화되고 있어요."

-노동조합의 책임은 어떤 것인가요.

"예를 들어서 노동조합이 돈은 어떻게 썼는지, 선거는 어떻게 했는지 등 국민들에게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거예요. 그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잖아요. 미국에서는 1947년부터 1959년까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일이었어요. 핵심이 뭐냐면, 노동조합도 당연히 재정의 투명성이 있어야 되는 거고 선거를 민주주의 방식대로 가야 되는 겁니다. 선거를 자기들 마음대로 계파에 의해서, 어떻게 선거를 치르는지도 모르고 위원장이 되고, 파업을 극소수에 의해 주도하고 하는 것은 깨어버려야 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은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경제의 힘 있는 주체들에 대해 다 적용되는 겁니다. 그동안은 정치적으로 재벌 때리기 용도로 썼던 겁니다."

-강성 기득권 노조가 문제가 된 데는 좌편향된 보수의 잘못도 없지 않을 텐데요.

"보수 우파, 특히 미래통합당이 (헌법의 진의를) 잘 모르고 있는 겁니다. 참 답답합니다. 진정한 보수라면 그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도 당연히 해당이 된다고 말했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 부분들이 자유우파에 부족합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예요. 나라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입니다. 헌법을 제대로 봤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헌법 119조 1항에는 우리가 자유와 창의를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한다고 돼있어요. 2항에 가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넣은 겁니다. 정부에게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그럼 당연히 그것에 맞춰서 입법을 해야 될 거 아니예요? 지금까지 대한민국 헌법을 오독한 겁니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알고 있을까? 한 번이라도 전문을 읽어나 봤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 필요한데 그 균형이 깨져서 생긴 문제로 봐야지요?

"모든 권력구조에서는 책임과 권리가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우리 헌법 개헌을 놓고 권력구조에 대해 분권형 대통령제든, 이원집정제든, 내각제든 얘기가 많은데, 결국은 책임과 권리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준수할 수 있게 만들면 되는 겁니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에게 권력을 맡기고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해달라는 거거든요. 단지, 견제장치가 약하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 권한은 강화돼 있어요. 국회 역할과 기능을 잘 쓸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이 각성을 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 겁니다.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국회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시급합니다. 여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이 돼있잖아요. 오랫동안 계파와 보수를 중심으로 한 정치문화에 익숙하다보니 그렇게 된 측면이 있는데, 이젠 바꿔야지요. 그래서 헌법을 바꾼다고 그게 해결될까 하는 의심이 들어요. 개헌보다 시급한 게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수십 년간 쌓은 관행인데 고쳐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론이 있잖아요. 표결에서 당론에 따르라는 것인데, 그런데 그건 헌법이나 법에 없는 규정이거든요. 크로스보팅을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그런 것을 줄기차게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4·15 총선에서도 시민들이 정당개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 묻고 요구를 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 가장 관심이 쏠리지 않는 분야가 정당과 국회의 개혁입니다. 세비를 몇 푼 깎는다느니 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겁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정당개혁의 의지가 있는 당을 지지해줘야 합니다."

-그건 또 세대교체와도 연결되는데요.

"저는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대도 없지 않았어요. 문 대통령이 정치를 오래 한 분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관행을 깰 것으로 봤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더 심해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에 보수 통합했다는 미래통합당이 앞서서 개혁을 해나가야 해요. 이번 총선 공약에 아마 정치개혁도 들어갈 것으로 봐요. 저도 끊임 없이 요구할 겁니다. 정치인 교체,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가 없어요. 왜? 계파정치가 되니까 국민들과 담 쌓고 보수의 의도에 따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재앙적 대통령, 재앙적 당대표가 되는 겁니다. 그 둘은 결국 차이가 없어요."

-국회의원의 전문성도 많이 부족합니다.

"노동분야만 하더라도 전문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납니다. 국회가 주도가 돼 개혁을 하게 되면 그것만 하더라도 당장 임금인상 자제시키고, 비정규직이 숨쉴 수 있어요, 중소기업도 숨을 쉬고 그리고 기업들이 투자하기 시작해요.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합리적인 노동조합이 돼요. 그러면 외국인투자? 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합니다. 외국 나간 기업들도 들어올 겁니다. 가장 시급하면서 개혁의 결실을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분야가 노동개혁입니다. 지금 청년들이 다 대기업 가고 싶어하잖아요. 대기업을 많이 만들면 됩니다. 중소기업을 성장시켜야 되는 겁니다. 노동개혁이 절실한데, 그러려면 노동분야 꿰뚫고 있는 노동시장 전문가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하는 겁니다."

<2부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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