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들여 개발한 특정공간 방역기술 연구실서 `낮잠`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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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들여 개발한 특정공간 방역기술 연구실서 `낮잠` 신세

안경애 기자   naturean@
입력 2020-02-27 20:12

병원내 바이러스 완전 멸균
KIST 개발 신개념 방역기술
2시간이면 방역·제독까지
판로 찾지 못해 사장될 위기
"코로나 현장 투입못해" 탄식



이강봉 KIST 박사팀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멸균용 방역장비(왼쪽)와 과산화수소 제독장비 시제품. KIST 제공


환자이송요원 1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서울 은평성모병원에 임시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이강봉 KIST 박사팀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멸균용 방역장비(왼쪽)와 과산화수소 제독장비 시제품. 연합뉴스·KIST 제공
청도대남병원, 서울 은평성모병원 등에서 발생한 병원 내 감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키우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는 첨단 방역기술이 개발되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은 전염병 유행 상황이 아니어도 상시 방역체계를 가동해야 하는데, 제도 미비와 병원들의 추가 비용부담 때문에 방역기기 투자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특정 공간 내 바이러스와 세균을 완전히 멸균하는 신개념 방역기술을 고려대와 공동 개발, 방역장비 전문기업인 우정바이오에 이전했다. 해당 방역기술 개발에는 3년간 총 15억원이 투입됐다. 메르스 당시 문제가 된 병원 내 감염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시장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되자 관련 제도화나 병원 수요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기술을 이전해 간 우정바이오 측이 작년 하반기 기술이전 계약을 포기했다.

분무기에 든 과산화수소 액체를 분사하는 기존 에어로졸 방역 방식은 오염된 공간을 부분적으로 소독하는 수준이라 방역 효과가 제한적이다. 에어로졸 방울의 지름이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미터) 수준으로 크고 무겁다 보니 공기 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 침대나 의자 밑 등에 붙어있는 바이러스는 방역이 힘들다.

반면 이강봉 KIST 박사팀이 개발한 공간 방역장비는 과산화수소를 훈증해 바이러스보다도 작은 피코미터(1조 분의 1미터, 100만 분의 1마이크로미터) 크기 입자가 공간 전체에 퍼져 완전 멸균하는 방식이다. 병실 전체를 완전히 멸균할 수 있어 신종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입원환자의 병원 내 2차 감염도 막을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방역장비 뿐만 아니라 방역이 끝난 공간에 과산화수소 성분을 없애는 제독장비까지 개발해, 2시간 정도면 방역부터 제독까지 끝낼 수 있도록 구현했다. 현재 방식은 방역 후 제독 절차가 없고, 환기를 통해 과산화수소를 날려보내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방역에 쓰인 과산화수소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처럼 정부가 거액을 들여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시제품까지 개발했지만 상용화로 이어지지 못하다 보니 해당 장비는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되지 못 하고 있다. 검역업무의 특성 상 정부가 일선 병원의 정기적 방역을 의무화하거나, 전염병 사태에 대비해 장비를 구매·보급하지 않는 한 상용화가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거액을 들여 방역장비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병원 내 감염이 현실화된 은평성모병원 등에 이 기술을 우선 적용해 위험상황을 최소화하는 등의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IST는 코로나19 관련 정부 추경예산 지원을 모색하고 있지만 필요한 진료현장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후속 R&D 지원을 받는 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강봉 박사는 "기술이전 계약이 파기돼 다른 기업과 협상을 해 보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2~3년 간격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행해 국가·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텐데 애써 개발한 장비가 현장에서 쓰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병원이 전염병이나 질병의 전파지가 되지 않도록 정기방역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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