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과도한 방역` 여전히 유효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2802152269660003[1].jpg?var=5204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과도한 방역` 여전히 유효하다")
우선 코로나19는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질병으로 전파력이 매우 높아 2009년 신종플루와 비교되고 있다. 신종플루 때는 무려 76만명이 감염되었지만 타미플루와 같은 약 덕분에 사망자는 263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치사율이 1~2%로 추정된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필자는 1월 31일 컬럼에서 중국의 급격한 전파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워룸(War Room)의 설치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지금 질병관리본부나 해당 의료진의 노력은 눈물겨운 수준이지만 중국인의 입국 문제, 마스크의 중국지원 문제나 사재기 방지 문제, 대규모 행사의 금지 같은 이슈들은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워룸을 설치하고 매일 매일 점검해서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마스크 파동은 초기에 정부에서 강제 수매해 공급했으면 피할 수 있는 문제였다.
중국인 입국제한은 혈맹이라는 북한을 시작으로 현재 134개국이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오히려 중국을 포함한 40여 개 국가가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졸업식과 입학식 같은 대규모 행사도 금지했다가 다시 행사를 하도록 권유하는 과정을 거쳐 대구에서 환자가 폭증하면서 취소되었다. 이런 일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감염병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초기 대처해야 한다는 기본이 무시되었기 때문이다.
이종옥 전 세계보건기구(WHO) 수장이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었다고 비난 받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한 것도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을 때 대구의료원장이 "물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며칠 내로 동이 날 항목도 있으니 얼마나 필요한지 묻지말고 무조건 주시면 아껴 쓰겠다"고 말했는데 필요한 물자와 인력의 적절한 지원 역시 워룸의 역할이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과도한 방역` 여전히 유효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2802152269660003[2].jpg?var=5204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과도한 방역` 여전히 유효하다")
두 번째로 전문가의 배제다. 그 동안 많은 의사들과 의협 그리고 감염학회에서 반복해 중국인 입국제한과 지역감염으로 인한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한 경고, 병상 확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심지어 2월 7일에야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코로나19에 대한 검사를 할 수 있게 하였는데 가장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처음부터 전권을 줬어야 했다. 그리고 한시적으로 일반 환자의 원격진료를 허용한 것 역시 바람직하기는 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원격진료가 불법인 이유는 오진의 위험을 막기 위함이다. 따라사 의사협회 및 병원협회와 상의해 의사가 직접 대면진료를 안 해도 처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제한된 환자에게 전화 등으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먼저 확보한 다음에 시행했으면 지금과 같은 현장의 혼란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많은 의료진들이 우려했던 지역 감염이 신천지교회 때문에 대규모로 확산되었고 신천지교회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특정 교회에 대한 문제점보다는 확진자와 접촉자의 추적에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자칫 특정 교회에 대한 비난으로 인해 해당자가 교인임을 숨기고 정부의 추적을 피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감염은 통제하기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의약팀장이 격리된 다음에야 신천지 신도임을 밝혔고 현재 5700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소재불명의 교인을 찾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해도 개인적인 피해가 없다는 점을 설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좌고우면하지 말고 전문가와 실무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지원해 대처해야 한다. 이런 것만이 정치, 경제, 외교 등 제반 분야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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