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복·기저효과 등 겹쳐
15개월만에 4.5% 증가세 전환
이달부터 신규계약 부정적 영향
무역환경 악화… 마이너스 우려
우리나라 수출이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벗어났다. 작년 2월 수출이 -11.3%로 부진했던 기저효과에다 회복세에 접어든 반도체 영향이 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여파로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교역이 줄고,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서 3월부터 다시 역성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해 2018년 12월(-1.7%) 이후 처음 으로 증가세로 전환됐다. 수출액은 412억6000만 달러, 수입액은 1.4% 증가한 371억5000만 달러로 41억2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특히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9.4% 증가해 74억200만 달러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 역시 15개월 만이다.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다 D램 고정가격도 2개월 연속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 평균 수출액은 18억3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7% 감소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설 명절이 1월에 있었던 덕에 2월 조업일수가 늘어나 수출은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사실상 '착시'에 불과한 셈이다.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한 89억달러에 그쳤다. 코로나19로 중국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공장 가동중단 조치를 내린 탓이다.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디스플레이(-21.8%)와 완성차(-16.6%) 수출이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이 같은 추세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공장이 멈추는 춘절(중국의 설) 기간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뒀던 2월과 달리 3월 신규계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우한)은 오는 11일에야 조업을 재개할 예정이고, 톈진 내 공장 재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교역 부진 및 중국발 수요 둔화로 3월 이후 수출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라며 "3월 신규계약 물량 및 반도체 수출 플러스 지속 가능성 역시 모니터링을 하며 예의주시 중"이라고 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월 코스피지수, 재고순환지표, 경제심리지수 등이 모두 전월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3월에도 제조업 회복이 부진하다면 추가 하방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과거 사스 때보다 중국의 경제규모와 우리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이 사스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는 3월부터 코로나19 영향이 2월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이번에 반등한 수출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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