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제마진 '1달러' 급락
코로나19 직격탄 수요위축 우려
업계 작년 4분기 마이너스 고전
원유·제품값 하락 실적 '빨간불'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로 정제마진이 5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두바이유도 2년 반 만에 50달러선이 붕괴되는 등 원료와 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정유업계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0달러로 전주보다 무려 1달러나 하락했다. 지난 1월 둘째주 배럴당 0.2달러를 기록한 이후 전주까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시장의 수요 감소를 마진 하락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미·중 1차 무역합의로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코로나19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정유업계에는 심각한 타격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석유 관련 제품(HS코드 2710)의 중국 수출 비중이 16%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까지 이어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예를 들어 60달러에 구매한 원유의 가치가 운반선으로 실려오는 한달 여 동안 20% 가까이 하락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정유업체가 떠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에 원료를 들여왔는데 정작 제품은 싼 가격에 파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작년 4분기 국내 정유업체들은 마이너스 정제마진으로 고전했다.
중장기 전망도 좋지 못하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위축으로 원유 재고량이 불어나면서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는 지난 28일 1배럴당 49.05달러에 거래돼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50달러 선이 붕괴됐다.
국내 정유사의 두바이유 수입 비중은 80%를 넘는다. 수입 비중이 두 번째로 큰 서부텍사스유(WTI)는 올 초 60달러 선에서 지난달 28일엔 44.76달러로 4일째 40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수요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2주 이상 공장가동을 중단시키면서 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중이고, 여행제한 등으로 항공산업이 급격하게 위축하면서 항공유 매출도 급감할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산업단지인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피해가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셧다운(일시가동중단) 위기감도 현실화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오는 5~6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다. 이번 회의에서 OPEC 회원국 및 비회원국이 감산을 결정한다면 공급과잉 부담 완화로 국제유가 낙폭이 덜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소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의 추세적 상승 여부는 중국의 원유수요 회복 가시화에 달려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OPEC+ 정례회의에서 중국의 원유수요량 감소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하락은 제품가격 하락과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정유사 입장에서는 부담요소"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워 현재는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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