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혁신성장연구본부장
![[기고] 위기에 희망을 얘기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003/2020030202152269607001[1].jpg?var=3140 "[기고] 위기에 희망을 얘기하자")
아울러 한편에서는 감염 숫자가 불어나고 사람들의 활동이 둔화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애가 타는 사람들이 있다.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숙박음식업, 여행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과 중국발 공급망 마비에 따른 생산 차질과 미래 예상되는 수요 둔화로 연쇄적인 생산과 매출 손실에 직면한 중소기업 종사자들이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1분기 주요 기업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요 기업 실적은 지난 1월 말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한 달 새 7% 가까이 줄어들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것을 직접적인 피해라고 한다면, 코로나19가 짓누르는 섬？한 불안감은 단지 이 같은 직접적인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며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당장 2003년 사스(SARS) 발생 시기와 비교해 보더라도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 4%에서 지난해 18%로 증가하였고, 지역봉쇄와 통행제한이 초래하는 경제활동의 위축은 거대한 중국 경제에 큰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비 위축은 곧 우리 수출의 위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음울한 전망 속에서 우리가 미처 눈여겨 보지 못한 숫자들은 지금 우리 경제에 신선한 희망을 예고한다. 전 세계 49개국이 참여하며, 창업 분야의 표준으로 인정받는 창업 활동 조사인 '세계 기업가정신 조사'(GEM;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는 한국이 이미 각종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알린다. 창업활동을 시작한 인구 비율은 2017년 13.0%로 중국의 10.0%를 추월하였으며, 2018년은 14.7%로 세계에서 가장 창업이 활발하다는 미국의 15.6%에 근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창업기회에 대한 인식이나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중국을 추월하며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더욱이 고무적인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미국보다도 낮으며 창업을 하겠다는 의향은 중국, 미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인다는 점이다.
창업 뿐만 아니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OECD의 벤처투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잠시 답보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 거의 한차례도 벤처투자가 줄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부침없이 벤처투자를 지속해 온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도 2009년, 2012년, 2016년 벤처투자가 감소세를 보였으며, 벤처 광풍으로 알려진 중국조차도 2013년 벤처투자가 후퇴하였다. 우리의 국내총생산 대비 벤처투자액 비중은 2018년 0.19%로 중국의 0.26%에 못미친다. 그러나 이 수치는 벤처캐피탈협회의 공식 집계분만을 포함한 것일 뿐, 여타 벤처투자를 포함하면 그 비중은 0.36%에 이른다.
왕성한 창업 의욕과 활발한 벤처 투자는 우리 경제가 지금의 고비를 넘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이다. 전혀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경제에 깊게 골이 패일수록 이 같은 손실을 무색하게 할 만큼 더 멀리 더 힘차게 뻗어 나갈 수 있는 회복과 성장이 필요하다. 중국에서는 이를 '보복적 소비'라고 부른다. 충격이 지나간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재정지출과 금융완화가 가속화되면서 억눌렸던 소비 심리 회복과 함께 봇물처럼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럴 경우 경제성장의 모멘텀도 커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코로나19의 음울한 소식이 우리 경제를 잠식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지금의 침체를 만회할 수 있도록 회복기에 십분 도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것은 우리 경제 성장의 씨앗, 즉 왕성한 창업과 창의적인 벤처를 꽃피우는 일이다.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다. 시련의 계절이 끝난 뒤 도래할 '보복적 소비'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