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주력 삼성·SK하이닉스
코스피 시총 1·2위 쌍끌이 굳건
반도체 부진땐 경제전반 직격탄
M&A통한 신성장산업서 돌파구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주력산업 바꿔라
[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우리 경제의 제조업 의존도는 여전하다. 오히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하는 반도체 쏠림 현상은 10년 동안 한층 더 심해졌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첨단 기술력을 확보한 신흥 기업들이 대거 등장해 재계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이 밀려오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삼성전자'에만 기대고 있는 처지다.
문제는 이 같은 반도체 중심의 경제구조는 당분간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수년 뒤 만약 작년처럼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면 국내 경제는 동반 침체할 수밖에 없다. 투자와 변화를 촉진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정부는 국민연금을 이용해 잘 하는 기업을 흔들 궁리만 하고 있는 점도 안타깝다. 무모한 실험으로 자칫 삼성전자까지 흔들린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할 지 의문이다.
◇반도체에 쏠린 경제…글로벌기업과 대조=지난해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33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2.6%, 삼성전자 우선주는 37조원으로 2.5%를 차지했다. 양사의 시총 비중 25.1%로 단 1개 기업이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했다.
삼성에 대한 의존도는 10년 전보다 더 높아졌다. 2009년 말 기준 삼성전자(13.3%)와 삼성전자 우선주(1.4%) 비중은 14.7%였다. 이도 만만치 않은 비중이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오히려 10%포인트 이상 높아져 삼성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삼성은 영업이익 절반 이상이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 2위도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여서 국내 경제는 반도체에 좌우된다 봐도 무방하다. 2018년의 경우 삼성전자(59조원)와 SK하이닉스(21조원)를 제외하면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전무했고 5조원을 넘긴 곳도 포스코(5조5000억원) 1곳뿐이었다.
반도체가 성장세를 보인 데 반해 다른 업종에서의 변화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해말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 중 절반인 5개는 10년 전에도 '톱10'에 포함된 기업이었다.
신규 5개사 중 2개는 삼성전자 우선주와 SK하이닉스였고 나머지 3곳은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었다. 엔씨소프트·카카오 등 IT기업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지만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철강·조선·건설업종의 약세를 상쇄하기엔 부족했다. 바이오업종의 경우 대부분 코스닥에 몰려있으며 흑자를 내는 곳은 일부 대형사에 그치고 있어 안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4차산업 관련 기업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있다. 지난해말 상장한 사우디 아람코를 제외하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페이스북, 중국의 텐센트 등이 '톱10'에 자리를 오가고 있어 국내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한때 내리막세를 보였지만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이후엔 4차산업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고 구글은 유튜브, 안드로이드, 딥마인드(알파고)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통해 4차산업을 이끄는 대표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도 쏠림 여전…"구조변화 현실적 어려워"=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3%, 87% 각각 급감했는데 이런 여파로 국내 증시도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다우지수(22.2%), S%P500지수(28.7%), 나스닥지수(34.5%)가 지난해 1년간 20~30%대의 초강세를 보인 동안 코스피지수는 9.3% 오르는 데 그쳐 이런 기조가 뚜렷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반도체 3강으로 꼽히는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 반도체불황의 타격을 입었지만 미국 경기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반도체 쏠림 현상은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7개 수출주력업종 협회의' 정책담당 부서장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7개 업종의 올해 수출액은 2712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규모는 1.6% 감소할 것으로 분석돼 편중 현상은 여전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경우 지배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게 경제적 시각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21%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7% 수준이다. 헤지펀드 등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지배구조 개편 이슈까지 맞물린 점이 부담요소로 과거 엘리엣의 공격을 받았을 때 위기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나마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하면서 투명성이 강화되고 있지만 앞으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산분리 작업에만 20조원 내외가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여전히 불안정한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산업이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구조여서 한 군데가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위태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러 업종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어 "4차산업 시대의 도래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연구개발(R&D)보다 M&A를 통한 기술력 확보와 사업구조 재편이 중시되고 있다"며 "이 경우 자본력과 규제완화 등이 동반돼야 하는데 국내의 경우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현실적 어려움이 있어 경제구조가 바뀌기 쉽지 않을 것"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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