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때면 연례행사처럼 '파업'
무임금·생산차질… 서로 피해 커
생산국 '톱 5' 진입 실패 원인으로
친환경·자율주행 패러다임 변화
결국 노사관계 핵심은 '고용안정'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車산업, 파업으론 답없다
국내 자동차 노사는 해마다 임금과 단체협약으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노동자의 권리 중 하나로 꼽히는 '파업'은 이제 연례행사가 됐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은 줄어들고, 사측은 생산 차질을 빚는 '치킨 게임'을 반복해 온 것이다.
자동차 노사의 균열로 인한 산업계 부작용은 산술적 계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만여 개 부품이 모여 만들어지는 공정을 고려하면 원청인 완성차 업체의 차량 생산 문제는 물론, 부품업체에까지 미치는 효과까지 더할 경우 파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작년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로 임금과 단체협약을 매듭지었다. 이는 국내 근로손실일수를 전년보다 27.2%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등으로 손해를 입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파업 참가자에 파업 시간을 곱한 뒤, 하루 근로시간(8시간)을 나눠 계산한다.
작년 국내서 발생한 노사분규 건수는 전년보다 5.2% 늘었지만, 근로자 1000명당 근로손실일수는 40만2000일로, 전년(55만2000일)보다 감소했다. 최근 20년간 집계 중 가장 낮은 수치로, 2000년대 들어 최저치다. 고용부는 '현대차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반대로 현대차 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날 경우 근로손실일수가 치솟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2016년 근로손실일수는 203만5000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해 현대차 노조는 전면파업을 포함한 24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을 거부했다.
전면파업은 공장 '셧다운(가동중단)'을 의미한다. 이는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겨 공장 문을 닫아야 했던 사태 이전에 발생한 현대차의 가장 최근 셧다운이었다. 당시 2016년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생산 14만20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3조1000억원가량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작년 현대차가 조용했던 데 반해 나머지 업체의 연례행사는 그대로 진행됐다.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작년 부분·전면파업으로 사측에 임금 인상과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열음'을 냈다. 한국GM의 전면파업은 지난 2002년 제너럴모터스(GM)가 회사를 인수한 이후 처음이었다. 르노삼성 노사는 파업과 직장폐쇄로 대치하며 갈등의 골을 더 키웠다.
기아차 노조 역시 파업 행진에 동참했다. '형제기업' 현대차와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기아차 측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에 부분파업으로 인한 손실 금액을 400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아차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줄줄이 신차를 출시하는 '골든 사이클'을 차량 생산 차질로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국산차 업계의 파업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400만대 생산 체제 붕괴를 가져왔다. 한국의 자동차 연간 생산이 400만대를 밑돈 것은 2009년 이후 작년이 처음이다. 세계 자동차 생산 순위도 2016년 5위에서 2018년 7위로 주저앉았다. 자동차 업계에선 작년 파업만 없었다면 순위 변동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2018년 6위 멕시코와 한국의 격차는 7만2065대였는데, 작년 2만2256대까지 좁혀졌기 때문이다.
고질적 노사관계의 해법은 양측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서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친환경과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대가 개막하면 기존 인력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일감 부족은 곧 '고용'과 직결한다.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노사관계의 핵심은 '고용 안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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