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 암 관련 유전체 2658개 분석 성공
유전자 편집, 코로나19 치료에 역할할 것
개인생활 동반자 역할 로봇 등 속속 개발
반사회적 유전자 제거 '포스트휴먼' 전망
인간 삶·사회시스템·문명과 조화는 숙제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데이터ㆍAI혁명
뉴 밀레니엄의 초기 20년이 컴퓨터와 연결, 정보화의 시대였다면 다가올 20년은 데이터와 AI(인공지능)를 키워드로 하는 초연결과 슈퍼지능의 시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AI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만들어주고, 인간의 감각과 지적능력을 끌어올리는 '인간증강' 시대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질병·환경·온난화 등 각종 난제 앞에 선 인류에 주어진 '판도라의 상자'를 제대로 쓰려면 사람과 기술, 실세계를 연결하는 공존과 공진화 질서를 만드는 게 중요한 과제다.
# "데이터·AI 잠재력 이제 막 현실화… 인류 삶 바꿔놓을 것"
지난달 14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 콘퍼런스' 행사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가 세계적인 석학들 앞에서 연단에 섰다. AAAS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자 단체로, 네이처·셀과 함께 3대 과학저널로 꼽히는 사이언스지를 발간하는 곳이다.
이날 게이츠 회장이 던진 두가지 키워드는 AI와 유전자 치료다. 그는 "컴퓨터 연산능력이 3개월마다 2배씩 향상되는 데 힘입어 AI의 잠재력이 이제 막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가 결합돼 인간의 통찰력과 예측능력을 높여주고,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돼 인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특히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도 AI와 유전자 편집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 전염병·암 극복… 인간 향하는 기술
글로벌 과학자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코로나19의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 추적하는 플랫폼인 '넥스트스트레인'을 가동 중이다. 전통적인 학술지 발간방식으로는 실시간 정보 공유와 공동 연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대체재로 선택한 것.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실시간 계통도를 그리고 유전자 변이를 추적한 결과를 시각화된 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 IT 연구자들도 질병 극복을 위한 글로벌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 '마하(MAHA)'를 통해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ICGC)이 2013년부터 5년간 진행한 암유전체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해 인간 암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 데 기여했다. ICGC는 암 극복을 위한 대표적인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10여년 간 130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38개 암 유형과 관련된 2658개 유전체를 모두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결과는 23건의 과학논문으로 작성돼 지난달 6일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일제히 실렸다.
# 대표 기업들 "인간 경험 바꿀 것"
대표 기업들의 기술 개발 키워드도 '인간 중심의 따뜻한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열린 'CES(소비자가전쇼) 2020'에서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정의하고, 첨단 하드웨어와 AI 기술이 결합돼 개인의 생활 동반자 역할을 하는 지능형 로봇 '볼리'를 선보였다.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작고 공처럼 굴러다니는 볼리는 사람을 인식해 따라다니며 원하는 일을 해주고, 스마트기기와 연동해 청소, 공기청정 등 집안일을 돕는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을 입은 사용자가 AR(증강현실) 글라스를 쓰고 트레이너에게 맞춤 피트니스를 받는 모습도 시연했다. 스마트 기술로 사람과 기기를 넘어 도시까지 연결한 스마트시티 비전도 제시했다.
KT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책과제로 개발한 '글로벌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PP)을 개도국에 보급해 감염병 대응을 돕고 있다.
이 플랫폼은 이동통신사의 로밍 정보와 기지국 기반 이동 정보를 활용해 감염병 발생국 방문자에게 주의사항을 보내주거나, 감염병 우려 국가 방문자를 추적해 확산을 최소화해 준다. 또 감염병 발생국에 체류한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에 알려 잠복기가 지날 때까지 관리하도록 한다. 작년 가나와 라오스에 이어 케냐가 GEPP를 도입했다. KT는 르완다,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등에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7년까지 AI 기반의 완전자율차를 상용화하는 동시에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상품을 파는 것에서 서비스와 경험을 파는 것으로 사업모델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삼성SDS, LG CNS, SK㈜ C&C, 현대오토에버 등 IT서비스 기업들은 데이터와 AI, 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을 결합해 반도체부터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산업현장을 지능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 "데이터·AI 퀀텀점프 온다"
2020년대는 인류가 AI의 가능성을 생활로 바꾸는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데이터와 AI가 글로벌 저성장기에 생산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생산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2030년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를 114조 달러로 전망하면서, AI 활용을 통해 GDP가 최대 14%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IT 자문기업 가트너는 AI로 파생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가치가 올해 2조6000억달러를 넘는 데 이어 내년에는 3조3460억달러, 2025년은 5조5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가트너는 2020년 10대 기술 트렌드에 인간증강과 자율사물을 포함시켰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신체능력 강화와,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한 인식능력 증강이 10년 내에 일반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 등 기기가 인간의 활동을 대신해 주고, 주변환경이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생활 도우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 "초지능·슈퍼휴먼 시대 열린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 시대 이후 지능과 신체 한계를 기술로 극복한 '트랜스휴먼'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간이 발명한 기술로 스스로 진화할 것이라는 것. 나아가 슈퍼컴퓨터급 두뇌로 사고하고 병에 걸리거나 늙지 않으면서 반사회적 유전자를 제거해 평화롭게 공존하는 '포스트휴먼'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기존 머신러닝의 한계를 극복한 다차원 머신러닝, 사람 대신 AI가 AI를 설계하는 메타AI,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접목한 차세대 HMI(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중추신경계 및 신체와 소통하며 신체의 일부분처럼 작동하는 신체 결합 로봇기술 등을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개발된 기술들이 인간 삶과 사회시스템, 인류 문명과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숙제다.
마윈 알리바바 공동창업자는 작년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콘퍼런스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와 가진 대담에서 "AI에 대해 흥분되는 것은 AI가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는 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AI가 가져올 재앙에 대해 걱정하지만 그것은 재앙이 아니라 실수"라면서 "인류는 그런 실수들을 바로잡고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