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 신테카바이오 사장
"2년간 시간·비용 획기적 감소
국내 제약사 기회찾는 계기"
박동욱기자 fufus@
경제종합일간지 재창간 1년ㆍ창간 20년
융합ㆍ바이오 신시장
"올해부터 시작해 향후 2년 간 AI(인공지능) 신약개발의 효과를 검증하는 시도가 전세계적으로 이어질 겁니다."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의 AI신약개발 업체 신테카바이오의 김태순 사장은 올해부터 향후 2년간, AI가 신약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어느정도 현실적인 얘기인지를 검증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사장은 지난 19일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AI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 동향 등 해당 시장과 기술에 대한 지견을 듣기 위해 종로구 사무실을 찾은 기자에게 이 같이 운을 뗐다.
신테카바이오는 지난해 말, AI 신약개발 회사로는 세계 최초로 상장에 성공해 주목받은 국내 기업으로,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으로 합성신약 후보물질과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유한양행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AI 기술을 신약개발에 활용하려는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AI가 다국적제약사들이 주도해 온 신약개발의 영역에서 우리 제약사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100년이 넘는 제약산업의 역사에서 신약개발 영역에는 다국적제약사의 카르텔이 '철옹성' 처럼 형성돼 왔다"며 "이들 기업은 10~15년이라는 개발 기간 고비용, 고급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곳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신약개발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임상과 임상 작업의 반복이고, 반복적이라는 건 곧 데이터 축적이 가능하다는 말이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신약개발의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잘 짜인 알고리즘이 고급인력의 예측력보다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축적되는 정략적인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알고리즘을 도출함으로써 불필요한 실험을 줄여나갈 수 있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기업이 자본력으로 무장한 다국적제약사들의 틈바구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만 아직 AI로 신약을 통한 신약개발 비용·시간 단축 효과를 실제 사례로 증명해 낸 곳은 아직 없기에, 앞으로 2~3년 간은 누가 그 효과를 남보다 빨리 증명해내는가에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사장은 "2020~2022년은 전세계적으로 AI 신약개발의 효과를 시장에서 평가받는 해가 될 것"이라며 "전통적 신약개발 방식에서 AI신약개발로 전환했더니 개발 기간이 어느정도 줄었다는 것을 검증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퍼스트 인 클래스(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는 최초 혁신신약),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효능 가진 신약) 등 1, 2등만 살아남는 게 신약개발인데, AI 플랫폼 역시 여러개가 살아남지 못하고 소수 몇개만 생존 가능할 것"이라며 "누가 AI 신약개발의 효과 검증을 빨리 해낼 것인가, 그 검증 내용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어필되는가에 AI 신약개발 회사의 미래가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들어 AI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AI 신약개발 분야 창업·투자의 증가 추세가 완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2019년 이전까지는 투자자들이 'AI 신약개발'이라는 콘셉트만 보고도 지갑을 열었다면, 이제는 이러한 기업들 중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추려 선별적으로 투자를 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그는 AI 신약개발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신약개발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임상연구시장에서 우리나라가 호주 다음으로 2위고, 도시로 볼땐 서울이 1위다"며 "특히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개량 바이오신약), Ab(항체) 의약품 등에서 R&D 역량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며 "임상시험에 대한 전문성이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특성을 가진 나라라는 점에서 AI 신약개발 시장에도 우리가 발빨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AI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견해다.
김 사장은 "개인 맞춤형 항암백신 등과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 시장에 대한 임상연구에 대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며 "특히 신생항원 기반 항암백신 개발에는 신생항원 예측이 필수이고, 이 과정에는 새로운 유전자 시퀀스(염기서열)가 들어가게 되는데, 현재 한국은 유전자 시퀀스가 확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임상허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맞춤형 항암백신 개발의 위한 임상연구를 한국에서 할 수 있어야 한국이 차세대 항암 치료백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다"며 "하지만 기존 원칙에 가로막혀 임상연구가 불가능하다보니 유럽, 미국 등에서 (임상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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