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에
CATL·AESC 등 현지사 '고전'
日파나소닉, 테슬라 호조에 1위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주춤한 사이 국내 배터리 '빅3'의 점유율이 30%를 돌파했다.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를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처음이다. 여기에 폭스바겐과 테슬라에 이어 볼보까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의 배터리를 적용한 표준 플랫폼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가운데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빅3의 점유율 합산은 30.8%로 나타났다.
LG화학이 작년 1월과 비교해 사용량이 2배 이상(137.4%) 증가해, 중국 CATL을 제치고 점유율 2위(22.9%)에 올라섰고, 삼성SDI는 22.7% 사용량이 늘면서 점유율 5.1%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순위가 각각 한 계단씩 높아졌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작년 동기보다 사용량이 110.7% 늘었고, 순위 역시 5계단이나 뛰어오른 7위(2.8%)를 기록했다.
1위는 테슬라 판매 급증에 힘을 얻은 일본 파나소닉이 차지했다. 전년 동월보다 125.7%나 사용량이 늘었고, 점유율은 27.6%로 작년(11.5%)보다 배 이상 상승했다.
반대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으로 현지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1위였던 중국 CATL은 사용량이 29.2% 감소하면서, 순위도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AESC와 BYD 등도 보조금 축소 정책의 직격탄을 맞아 역성장했다.
SNE리서치는 "LG화학은 주로 르노 조에와 아우디 e-트론, 삼성SDI는 BMW 330e와 폭스바겐 파사트 GTE, SK이노베이션은 니로 EV와 쏘울 부스터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1월 세계 배터리 사용 총량은 7.3GWh로 작년 동월보다 6.2% 감소했다. 중국 시장의 위축이 감소세의 주 요인으로 꼽혔다.
업계에서는 유럽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국산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추가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제조사마다 배터리 셀의 형태(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와 크기(원통형의 경우 18650, 21700)가 차이가 있는데,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표준으로 채용할 경우 향후 글로벌 표준화도 기대해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들어가고, 마찬가지로 전용 플랫폼을 내놓은 볼보 역시 LG화학의 배터리를 쓰고 있다. 삼성SDI는 BMW와 대규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원통형 전지 관리 기술 특허를 개방해 표준화를 추진 중인 테슬라가 LG화학 등 국내 업체의 원통형 배터리도 사용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예고했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종료 시점을 연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SNE리서치 측은 "올해도 일단 한국계 업체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추후 중국 시장이 회복되면서 CATL을 비롯한 중국계 업체들이 다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파나소닉도 당분간은 건재할 것으로 보여, 미래 시장 상황이 한국계 3사에 계속 우호적일 것으로 예측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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