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표이사 교체 '신호탄'
3연임 이대훈 은행장 돌연 사임
교체배경엔 '김병원 흔적 지우기'
대의원대회 겨냥 특정지역 배제도
농협중앙회 회장이 바뀌면서 농협중앙회 산하 핵심 계열사의 인사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농협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유통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비롯해 상호금융 대표이사, 조합감사위원장, 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농협은행장 등의 사표가 수리됐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지난 2일 오후 늦게 농협중앙회에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농협은행장 외에 허식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 소성모 상호금융 대표이사,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김원석 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 등도 용퇴의사를 밝혔다. 이규삼 감사위원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이사, 최창수 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은 사의를 밝혔으나 재임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아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는 주요 대표이사급 인사의 교체에 대해 "재임기간이 2년 이상인 인사를 중심으로 교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농협 계열사의 인사 태풍은 이달 초 농협유통 대표이사 교체로 기정사실화됐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일 농협유통 대표이사로 정연태 NH농협은행 강북PB센터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농협유통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나병만 전임 대표이사는 3개월만에 물러났다.
농협유통과 농협은행장 교체 배경을 놓고 신임 이성희(사진) 농협중앙회 회장 체제 출범에 앞서 김병원 전 회장의 색깔을 지우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병만 전 대표이사는 농협경제지주 경제기획부장에서 농협유통 대표이사로 고속승진했으면서 호남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이대훈 행장의 경우 김병원 전 회장 체제에서 쾌속승진해 혜택을 본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대훈 행장은 농협은행 영업본부장에서 곧바로 상호금융 대표이사로 승진했고, 1년만에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오병관 전 농협손보 대표이사를 제치고 은행장에 올랐다. 또 지난해 말에는 농협은행장으로는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농협 관계자는 "이성희 회장 당선 이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사표를 냈거나 말미를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면서 "농협유통이나 농협은행장의 경우 특정 지역 출신이거나 전임 회장 체제에서 혜택을 본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농협 내부에서는 이성희 회장과 최원병 전 회장간의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이성희 회장은 최원병 전 회장이 퇴임 전 후계자로 지목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이성희 회장의 선거캠프에는 최원병 전 회장 당시 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이끌었던 인사들이 대거 합류했고, 이들이 최근의 핵심 계열사 인사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1월 회장 선거 이후 특정 지역 배제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이달로 예정된 대의원대회 이전까지 대표이사급 인사를 서둘러 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중앙회는 오는 26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조직과 각 부문별 대표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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