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소매시장 점유율 49%
"테라 영향 없었다" 주장하며
비중 50% 인 업소판매는 제외
업계 "이미 전체점유율은 하락"
[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하이트진로의 추격에 당황하는 눈치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 50%를 유지했다며 하이트진로의 '테라'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최근 닐슨코리아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오비맥주의 소매 시장 점유율이 49.7%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출시하기 전인 2018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테라의 선전은 자사 브랜드인 하이트의 점유율을 가져온 데 따른 것이지 카스 점유율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늬앙스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오비맥주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확인되는 상황에서 맥주 시장의 중심인 업소용(호프, 식당 등 주류 판매 매장) 판매를 제외한 '소매 점유율'만을 놓고 카스의 건재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오비맥주가 공개한 소매 시장 점유율은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의 매출을 계산한 것으로, 전체 맥주 시장의 절반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맥주 시장의 지표로 보는 업소용 판매는 제외된 수치다.
실제 업계에서는 업소용과 소매용을 포함한 전체 맥주 시장에서 지난해 오비맥주의 점유율이 40%대 중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본다. 2017년까지 50%를 웃돌았던 점유율이 2018년 필라이트, 지난해 테라의 연이은 히트 영향에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테라 점유율이 일찌감치 과반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엔 시장 점유율이 40%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박성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하이트진로의 맥주 점유율은 37~38%까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엔 오비맥주와의 점유율 격차가 4%포인트 수준으로 줄면서 1위 탈환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매량이 아닌 소매 매출 기준으로 점유율을 책정한 것 역시 오비맥주가 자사에 유리한 방식을 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맥주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판매량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책정한다. 오비맥주 역시 평소에는 500㎖ 병 기준으로 판매량을 공개하곤 했다. 이번에 갑자기 소매 판매액 기준으로 점유율을 공개한 것은 유리한 수치를 뽑아내기 위해서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초 출고가를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이후 종량제 전환이 결정되면서 가격을 다시 내렸지만 6개월 이상 인상된 출고가를 적용한 만큼 판매량 대비 매출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준을 판매량에 두느냐 판매액에 두느냐는 각자 판단이지만 그렇다면 전년도 수치까지 함께 가져와 비교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추격당하는 오비맥주의 초조함이 불러온 악수"라고 말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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