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아무거나 먹지마라, 코로나 걸린다

입력 2020-03-04 18:33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아무거나 먹지마라, 코로나 걸린다 — 박영서 논설위원

코로나19 타격이 심각한 중국이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 금지를 선언했다.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야생생물 불법거래 전면 금지, 야생동물 과소비 악습 배제 등을 골자로 한 안건을 통과시킨 것이다. 현행 중국의 야생동물보호법 상에는 국가가 지정한 중요 야생동물이나 불법유통 과정을 거친 야생동물만 식용이 금지되어있다. 이번 결정으로 식용 금지 범위가 전체 야생동물로 확대됐다. 관영 CCTV는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저지전에서 승리하고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야생동물의 종류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중국에 서식하는 척추 야생동물만 7300여 종에 달한다. 야생동물 관련 시장은 약 90조원 규모라 한다. 수많은 야생동물이 식용, 의약품용, 기념품용, 애완용으로 거래된다. 이번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시 화난(華南)수산시장에 있는 식당 '따중(大衆)목축야생동물'의 차림표를 보면 그 풍부함을 알수 있다. 여기에는 무려 42종의 동물이 등장한다. 공작, 코알라, 여우, 새끼늑대, 사향고양이, 사향쥐, 캥거루 등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동물들은 위생검사를 거치지 않고 팔리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야생동물 과잉소비에는 야생동물을 약재나 고급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는 중국인의 습관, 그리고 접대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전통의학(중의학)에선 야생동물을 약재로 많이 사용한다. 코로나19의 숙주로 파악되는 박쥐와 천산갑도 그렇다. 박쥐는 말라리아나 기침을 치료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하여 약재로 쓰인다. 천산갑의 비늘도 한약 재료다. 중국 정부는 중의학을 대대적으로 육성해 세계화를 추진중이다. 따라서 야생동물 약재 산업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한 중국에는 야생동물을 진미로 즐기는 '예웨이'(野味·야생의 맛) 전통이 남아있다. 중국 남부지역, 특히 광둥(廣東)성에서 이 전통은 뿌리가 깊다. 광둥요리에 야생동물을 재료로 한 요리가 많은 이유다. '예웨이'는 요리 소재가 진귀하고 그 조리법이 엽기적일수록 고급으로 평가받는다. '자라 조림탕'을 보자. 국물을 넣은 냄비에 살아있는 자라를 넣고 약한 불에서 서서히 끓인다. 냄비는 점점 뜨거워지고 자라는 냄비 안에서 발버둥친다. 뜨거움을 식히려고 자라는 국물을 마신다. 그로 인해 조미료가 자라의 몸속으로 스며들어 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이런 요리는 부자들이 찾는 요리거나 손님 접대용이다. 외국인들은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을 잔혹하게 생각하겠지만 중국에선 이런 요리를 거절하면 큰 결례다. 이 난관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대방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몬도가네식 식습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남의 얘기 같지가 않다. 한국인도 야생동물을 중국인 못지않게 좋아한다. 90년대 한국인들의 '보신(補身)관광'은 유명했다. 지금도 한국의 야산들은 불법으로 설치해놓은 '덫'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야생동물을 먹는 습관을 없애려면 법적 단속도 중요하지만 식생활 관념과 소비습관의 혁명이 필요하다. 실제로 야생 동물을 마구 잡아먹는 것은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 전염병의 80% 정도가 야생동물과 관련이 있거나 야생동물에서 유래된다고 한다.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온다'는 말이 절대 농담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야생동물 보호는 곧 인간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다. 음식의 권력화, 몸보신 맹신주의를 버려야한다. 하늘을 나는 동물, 땅 위를 달리는 동물이 단지 인간 혀 끝을 자극하는 음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발과 날개가 달린 것은 책상과 비행기 빼고 모두 먹는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야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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