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년 35억개 필요한데 1% 보유
러시아는 사재기로 품귀현상 빚어
태국선 재활용 마스크 팔다 적발
인도 의약품 주성분 26종 수출막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각국마다 '마스크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나라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마스크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는가 하면, '가짜·불량 마스크'까지 판치고 있다. 급기야 러시아와 이란 등 일부 국가는 마스크 국외반출 금지라는 강력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특히 이란에선 마스크 사재기에 교수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향후 마스크 비축 및 생산분을 국가가 징발해 의료 전문가와 감염자들에게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5일(한국시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3200명을 넘어서고 9만50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유일한 예방책으로 여겨지는 마스크 수요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치솟고 있다. 그러자 각 국가마다 또 다른 '마스크 전쟁'을 치르느라 여념이 없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번질 경우 필요한 마스크의 1%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보건복지부(HHS)는 팬데믹이 발생 시 미국 의료체계에서 1년간 필요한 'N95 마스크'를 최대 35억 개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의료 분야 종사자들의 수요만 산출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비상시 약품·의료물자 보유량인 국가전략비축량(SNS) 중 현재 의료 등급 N95 마스크는 약 1200만 개, 외과수술용 마스크는 3000만 개에 그친다. 이 둘을 모두 합쳐도 4200만 개여서 팬데믹 상황 시 수요량 35억 개의 약 1.2%에 불과하다.
미 보건복지부 로버트 캐들렉 차관보는 전날 상원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이 필요한 마스크량의 약 10%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는 잘못됐다고 CNBC는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 의료물자 제조업체들에 코로나19 대규모 발병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물자의 생산을 빨리 늘려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마스크 대란'이 발생한 러시아는 오는 6월 1일까지 의료마스크의 국외 반출을 금지했다. 다만 인도주의적 지원 혹은 개인 용도로 마스크를 반출하거나 소지하는 것은 허용했다.
국외 반출이 금지되는 대상 품목에는 마스크 외에도 붕대, 고글, 소독제, 의료용 장갑 등도 포함된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은 러시아의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150만개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일부 지역에선 마스크 사재기에 나서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약국 네트워크인 '구베른스키예 압테키'에서는 아예 마스크 판매를 1인당 2개로 제한했다.
마스크 부족 현상을 겪는 태국은 불량 마스크 문제까지 불거졌다. 태국 경찰은 지난 3일 버려진 마스크를 세탁한 후, 다리미로 다림질해 새것처럼 만들어 판매한 가게를 적발했다. 가게 주인은 장당 3밧화(약 113원)을 받고 페이스북에서 판매했다면서, 지금까지 판매한 수량이 무려 20만 장에 달한다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를 막으려다가 '자칫 없던 병도 생길 판'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앞서 태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마스크 부족으로 사재기 현상까지 가시화하면서 국민 불만이 높아지자 마스크 생산 및 분배 과정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세계 주요 의약품 수출국인 인도는 코로나19 여파로 약품 수십 종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지, 세계적인 약품 부족사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3일 인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료 부족을 염려해 의약품 주성분 26종에 대해 수출을 당분간 제한했다. 수출 금지 품목에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성분) 등 해열소염진통제, 에리스로마이신 등 항생제, 프로게스테론(피임약 성분) 등의 호르몬제를 비롯해 필수 의약품이 다수 포함됐다.
이번 결정은 인도 제약산업이 원료의 70%를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인도에 원료를 공급하는 공장 다수가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에 있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 의약품 주성분, 즉 '활성 원료의약품(API)'을 다량 조달하는 유럽 제약업계는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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