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도전한 ICT 기반 업체
카풀·콜버스 등 잇따라 좌초돼
박재욱 대표 "동료와 공들인 2년
국토부·일부 국회의원 말에 물거품"
오늘 국회 본회의서 처리 예정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타트업들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택시업계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히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기사가 포함된 렌터카 서비스인 타다 뿐만 아니라 카풀·콜버스 등 다양한 형태의 신규 모빌리티 시장을 개척하려던 기업들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국내에서는 혁신형 모빌리티서비스가 자리잡기 힘든 것 아니냐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고,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인터넷은행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결국 6일 본회의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될 경우, 기사딸린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하는 타다 베이직과 같은 사업은 앞으로 불법이 된다. 이에 따라, 타다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기업가가 100여명의 동료들과 약 2년의 시간을 들여 삶과 인생을 바친 서비스가 국토부와 몇몇 국회의원들의 말 몇 마디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며 "172만 명이나 되는 이용자들의 새로운 이동 방식도, 1만2000명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표로 계산되지 않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나 보다"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택시업계의 반대로 인해 사업이 날아간 것은 타다가 처음이 아니다. 우버의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우버엑스', 공유버스 서비스 '콜버스'가 이미 기존 기득권 사업자의 반발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택시업계와의 모빌리티 업체간 갈등이 가장 부각된 것은 1여년간 이어진 카풀 갈등이다. 지난 2017년 전후로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카풀 서비스들을 시장에 선보였다. 카풀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엿본 모빌리티 업계의 큰형 카카오모빌리티도 2018년 2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252억 원에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합류에 카풀 시장의 성장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곧장 택시업계의 격한 반발에 부딪혔다. 택시업계는 대규모 집회는 물론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에 대한 보이콧 운동까지 벌였다. 카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2018년 12월 이후에는 택시기사들이 분신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설립하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러나 대타협 기구 출범도 쉽지않았다. 택시기사들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대타협기구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고, 대타협기구는 출퇴근시간인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만 카풀을 허용키로 하고 결론을 내렸다.
대타협기구의 합의로 카풀 시장이 사실상 고사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252억 원을 허공에 날리게 됐다. 카풀 스타트업의 피해는 더 컸다. 출시만을 앞두고 있는 카풀 서비스는 시장에 나오지 못했고, 운영되던 카풀 서비스도 중단됐다. 현재 카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풀러스 뿐이다.
택시업계와 갈등을 벌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손을 잡는 방향으로 사업 내용을 전환했다. 가맹택시를 선보이고 택시법인을 사들이며 택시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며 안정적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후 택시업계의 화살은 기사 포함 렌터카 사업을 전개해온 타다 측으로 바뀌었다.
다만 일부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한 7개 모빌리티 기업은 앞서 성명서를 통해 "택시 기반 모빌리티 기업뿐만 아니라 카풀 기반(위모빌리티), 렌터카 기반(벅시) 모빌리티 기업도 여객운수법 통과 성명서에 함께 했다"면서 "개정안에서 분류한 1유형 즉, 플랫폼운송사업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