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혁신은 담보체계 선진화에 달렸다

메뉴열기 검색열기

[시론] 금융혁신은 담보체계 선진화에 달렸다

   
입력 2020-03-11 18:27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모두가 기대하는 디지털 혁신은 시공간을 넘어 자유롭게 연결되는 가치구현을 의미한다. 다만 새로움이 경제적 가치로 구체화되려면 상당한 준비와 검증, 그리고 다수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기존의 경험 법칙안에서 녹여내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책임소재 파악도 어려운 복잡한 법과 난해한 규제, 그리고 지배구조의 폐쇄성으로 이러한 혁신성이 드러나기 어렵다.


새로운 미래 주역들의 어려움은 상당부분 기존 체제의 완고한 경직성과 연관되어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그동안 성장과정의 억압요소들을 사후적으로 교정하다 보니 거대시장의 흐름에 민감해야할 경제주체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디지털 혁신의 주체로서 개개인이 아닌, 규모가 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빅테크(Big Tech)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실질적인 진입장벽이 드러나면서 기존 레거시 체제의 강자들마저 본격적으로 디지털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포용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거대자본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만이 혁신의 주체로 약진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 거대시장과 사회주의 체제를 배경삼아 일사분란하게 덩치를 키운 중국의 플랫폼 기업이 군림하기 시작했다.

이는 개인 프라이버시나 불공정 우려를 넘어 완벽한 통제사회에 대한 우려마저 키우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존재가 일상을 파고드는 현실에서 일반 시민들의 경제참여는 극히 일부에 제한되기 쉽고 노동시장은 기본소득으로 지탱하게 될지도 모른다. 디지털 권력의 집중과 더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점차 커지게 되면서 새로운 주역을 준비했던 민간들의 목소리는 사라질 수 있다.

결국 디지털 혁신드라이브는 누가 혁신의 주체 역할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민간들이 새로운 연결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모든 재원이 구비된 빅테크(BigTech) 또는 특정 그룹의 몫일 가능성이 높다. 신뢰 기반이 특정 분야의 소수에게 편중된 현실 속에서 디지털 혁신은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한 대안은 지금까지 다져온 핵심적 신뢰 토대를 넓히면서 최대한 민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이 또 다시 중앙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민간 주도의 건전한 견제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연결된 개인들의 신뢰 토대이다. 개개인은 미약하지만 '연결된 개인들'은 주도적으로 건전하게 견제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민간중심의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려면 궁극적 신뢰 토대인 담보 체계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담보는 거래 상대방이 인정하는 신뢰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출을 통한 고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시스템도 튜닝해왔고 따라서 담보 체계도 달러 자산과 부동산 위주로 편중되었다. 그러나 더 이상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양극화 원인으로 작용하는 담보 기반만으로는 제대로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기 힘들다. 폐쇄적 담보가치를 유지하는데 상당한 재원이 동원될 뿐 아니라 자체적 금융시스템의 작동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혁신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제반 요소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금융작동을 고도화하기 위해 담보체계의 정비는 절실하다. 글로벌 차원의 이슈이다.

폐쇄적이고 편협한 담보인정과 활용은 우리 스스로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세계적 지위를 확보한 반도체와 같이 우리가 다듬어온 담보의 가치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에서 보인 창의성은 유무형 자산의 포괄적 담보체계를 글로벌 차원에서 인정받은 디지털 혁신의 대표적 사례이다. 디지털 혁신의 전제조건은 포괄적 담보기반을 구축하려는 진취적이고 개방된 사고에서부터 충족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