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칼럼] 혼돈의 세계, 외교역량이 국익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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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혼돈의 세계, 외교역량이 국익 지킨다

   
입력 2020-03-18 18:31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침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화했다.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인지 남반구에선 아직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북반구가 여름이 되고 남반구가 겨울철로 접어들면 북반구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위치한 많은 저개발국들은 치료시설은 물론이고 진단키트도 구하기 어려워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삽시간에 퍼져 북반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사망자와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WHO는 이 점을 깊이 고려해야 하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를 주도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되는 코로나19가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일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그 피해 규모를 가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주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미 사망자와 감염 확진자 수에서 사스와 메르스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중국과 이탈리아는 전국적으로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이 학교, 공연 등 다수인이 모이는 시설이나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사람이 모이는 행사나 시설에 대한 규제는 더 늘어날 것이다.
국제경제기구들은 감염병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 위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늦추고 있으나, 수요와 공급 양측에서 복합적으로 경제성장을 낮추는 상황을 전제로 경제성장률을 추정할 것이다. 생존에 필요한 생필품 외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일반적인 수요는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고, 글로벌가치사슬(GVC)로 촘촘히 연결된 국제적인 수급구조에 차질이 생기면서 각국의 산업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 9일 블랙먼데이(세계적인 주가 폭락)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석유생산량 이견 대립 외에 글로벌 수요와 공급 측면의 복합적인 부진을 반영한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부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잘해야 제로(0)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중국경제 성장 전망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고, 중국경제 부진은 세계경제에 누적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통제하고 있다는 중국 당국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중국내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월 개학인 대학의 개강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조업 지시에도 인력 복귀가 늦어지고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중국 제조업은 개방개혁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더구나 해외 수요처에도 이상이 생기면서 공장을 가동하더라도 판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50조 위안의 돈을 풀어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를 찍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2조 달러에 달하는 외화조달 기업의 부채이다. 벌어서 갚아나가야 하는데 몇 달째 외화 유입이 끊기게 되면 3조 달러 외환보유고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경제규모 대비 실제 쓸 수 있는 외화가 얼마 안된다.

중국경제의 향방을 어떻게 예상하는가에 따라 세계경제 및 국제질서 모습은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위상이 상당수준 약화될 것이고, 미중 갈등 구도는 옛말이 될 것이다. 미국이 추가적인 통상압력을 가하게 되면 중국경제의 위기는 가속화될 것이므로 중국은 미국과 마찰을 빚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언제 극복될지 알 수 없지만, 세계경제 및 국제질서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익이란 관점에서 대외정책을 수립하고 원칙을 지키면서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내부에 그럴만한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의 친중·반일 구도 하에 미국과도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해서는 지금과 같은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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