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안진, 공인회계사법 등 윤리기준 정면 위반"
안진회계 "용역계약에 따라 산정업무 수행, 문제 없다"
교보생명보험이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고발 조치를 이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있을 중재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은 9일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우를 통해 딜로이트안진회계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안진회계법인을 고발했다고 밝힌 이후 일주일 만에 또다시 고발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검찰 고발 근거는 PCAOB 고발과 비슷하다. 교보생명은 안진회계법인이 공인회계사법 제15조(공정·성실의무), 제22조(명의대여 등 금지)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의 주식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이 같은 결정을 재무적투자자(FI) 편에 서서 내렸다고 본 것이다. FI의 교보생명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 시점인 2018년 10월 23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책정해야 하는데, 안진회계법인이 의도적으로 2017년 6월~2018년 6월까지 유사 기업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교보생명 주식의 공정가치를 산정했다는 게 교보생명 측의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안진이 일부 FI의 의뢰로 기업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공인회계사법과 공인회계사회 윤리기준 등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의 잇단 고발을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9월 있을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서 ICC가 FI 입장을 들어주고, 신 회장이 지분을 되살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면 교보생명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FI와 풋옵션 행사와 관련한 국제 중재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우회적으로 FI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비상장사 가치평가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며 "특정 시점 등으로 해야 한다는 식의 기준점은 없다"고 말했다. 안진회계법인 고발에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교보생명이 강수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FI와 용역계약에 따라 전문가 기준에 부합하도록 주식가치 산정업무를 수행했고, 우리는 고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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