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정경부장
![[박선호 칼럼] 진정한 애국자는 누구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004/2020041302102269058001[1].jpg?var=2708 "[박선호 칼럼] 진정한 애국자는 누구인가")
옛 이스라엘에서 한 아이를 놓고 두 여자가 서로 자신을 친모라 주장을 했다. 어찌나 강하게 주장을 하는 지 누구도 쉽게 아이의 친모가 누군지 판별하지 못했다. 현명한 왕이 말했다. "둘 모두 가히 엄마라 하니 어쩔 수 없구나. 그럼 사이좋게 아이를 잘라 반반씩 나눠 갖거라!" 황당한 판결에 한 여인은 반색을 하며 반겼다. "좋습니다." 그러나 이 순간 다른 여인이 황망해 울며 말했다. "아 그럼 아이가 죽습니다. 제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를 죽이지 마시고, 저 여인에게 주십시요." 이 한 마디로 좌중의 모두는 누가 친모인지 분명히 알게 된다. 모두가 아는 '솔로몬 왕의 재판'이다.
오는 15일은 '21대 총선일'이다. 국민을 대변해 나라를 이끌 '제 21대 국회의원'을 뽑는다. 어느 총선이 덜 중요하고 더 중요할까마는 이번 선거는 정말 그 시기가 남다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상은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할 정도다. 당장 코로나 19 전염 사태보다 그 이후 경제 한파가 더 무섭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1분기 성장률은 이미 -0.4%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 한 해 0%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절벽'에 봉착한 지 오래다.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 상태다. 이미 13일 현대자동차의 투싼 생산라인이 멈췄다. 17일까지 5일간의 휴업에 불과하지만 휴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지 모른다. 현대차 미국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43%나 줄었다고 한다.
이번 총선 당선자들은 싫건 좋건 말 그대로 '전염병 직후 경제 쓰나미 사태'와 맞서 싸워야 한다. "누가 과연 이 나라의 친모인가?" 정말 국민 모두에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다행히 그 지혜는 단순한 진리에 기반하고 있다. 친모의 진정한 사랑은 '아이를 살리는 데' 있다는 것이다. '잘 살리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모친의 사랑은 '아이를 포기하는 선택'도 하게 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아쉽지만 우리 정치권에서 '친모'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모두가 권력만 잡으려 발버둥 치고만 있다. 우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못된 계모들처럼 온갖 수단으로 상속권이 있는 아이의, 투표권이 있는 국민의 환심만 사려 한다.
여당과 정부가 9조2000억 원을 들여 1인당 50만 원씩 준다고 하자, 제 1야당이란 곳이 전 국민 차별없이 줘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여당과 정부가 얼씨구나 좋다고 나서니 이제 서로 시기를 놓고 다툰다. 단순 계산으로 5000만 명에게 50만 원씩을 주려면 25조 원이 필요하다.
여야가 이렇게 다투는 순간 우리 경제 곳곳에선 위기의 경보음이 들린다. 쌍용자동차는 인도 본사 마힌드라의 추가 투자 포기로 생사기로에 섰고 아시아나항공 등 우리 국적 항공사들이 부도 직전의 경영난에 빠졌다. 어느 한 회사라도 부도가 나면 산업 생태계의 한 고리가 아예 끊어져 버리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된다. 이미 자동차 관련 업종 지원에 30조~40조 원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지난 2018회계연도 1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자본금이 1조261억 원이다. 쌍용자동차 자본금은 7492억 원 가량이다. 여당과 정부가 50만 원 씩 주겠다는 9조 원이면 아시아나항공 같은 회사 9개를 만들고, 25조 원이면 25개를 만든다.
'당장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서민은 어쩔 것인가?'라고 묻는 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최저생계비'와 '실업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지원 기준과 범위만 한시적으로 넓혀도 정말 힘든 이들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 소비 촉진만을 위한다면 역시 50만 원 상품권을 지원할 일이 아니다. 세제 지원을 하면 효과가 더 크다. 다시 묻자. "누가 친모이고, 누가 계모인가?" 오는 15일, 그날의 현명한 선택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나라의 미래를 구한다.
박선호 정경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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