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경부 기자
![[DT현장] 선택과 책임](http://contents.dt.co.kr/images/202004/2020041402102269044001[1].jpg?var=1234 "[DT현장] 선택과 책임")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말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고, 그 자유의지에 따라 실행한 선택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도 같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 사회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존재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 사회에서 그가 어느 정치적 길을 선택하든 자유다. 보수의 길을 걷든, 진보의 길을 걷든, 중도의 길을 걷든, 혹은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옮겨간다 해도, 이도 저도 싫어 정치를 외면한다 해도 모두 자유다. 그러나 그런 자유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정치적 노선을 움직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은 있기 마련이다. 주권자로서의 의무에 따라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바로 '선거의 순간'이다.
4·15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원래 유권자들의 관심은 선거의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역대 투표율에서 나타난 바를 살펴봐도 대선 투표율이 가장 높고, 그보다는 총선이나 지방선거가 관심을 덜 받았다. 2017년 19대 대선의 투표율은 77.2%였고,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는 60.2%였다. 2016년 제20대 총선 투표율은 58.0%였다. 다만 이번 총선은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투표율이야 선거가 끝나봐야 정확히 나오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은 여느 총선보다 뜨겁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결과(조사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기간 4월 5~6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참여 응답이 79.0%로 나타났다. '가능하면 투표하겠다'는 응답 15.1%까지 더하면 총 94.1%나 된다.
사전투표율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0~11일 동안 진행한 사전투표에는 1174만명이 참여해 역대 투표율 최고치(사전투표 기준)인 26.69%를 기록했다. 제20대 총선 사전투표율 12.19%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표를 꺼리는 유권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코로나19 회피 차원의 분산효과, 사전투표 제도 정착 등이 복합적 작용해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결과를 낳았다. 선거 당일인 15일 투표 열기가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예년 수준만큼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한다면 총선 투표율 최고치 역시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보통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투표 당일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후보에게, 어느 정당에 투표를 할지 판단이 섰다는 것은 평소의 정치적 신념과 성향이 많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도층이나 특별한 지지정당이 없는 유권자들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부스에 들어가 도장을 찍는 그 순간까지 고민을 한다는 유권자들도 많은 편이다.
고민의 시간이 짧든 길든 '투표'라는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권자라면 누구나 그 선택에 따라오는 '책임'을 안다. 우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초유의 사건을 겪었고,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을 일삼는 정치인들이 우리네들 삶에 얼마나 보탬이 안 되는 존재인지도 경험했다. 비근한 예로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오가다 '낙제점' 성적표를 받은 20대 국회가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로 가는 4·15 총선의 과정을 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 벌써 샴페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여당이나 저급한 말로 유권자를 자극하려는 야당이나 표가 아깝기는 매한가지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우리 머리 위에 옹립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를 위해 일하도록 고용해야 하는 일꾼이다. 회사 말단 직원을 뽑는 일에도 서류심사와 면접 등 여러 단계를 거쳐 고용계약을 맺기 마련인데, 하물며 국회의원을 뽑는 일을 허투루 할 수는 없다. 공약도 꼼꼼히 살피고, 후보의 역량도 판단하고, 후보가 속한 정당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나의 한 표가 가져올 파급력을 생각해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유권자가 돼야 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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