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DT현장] 생활방역이 성공하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2004/2020041602101869102001[1].jpg?var=2719 "[DT현장] 생활방역이 성공하려면")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생활방역 체계로의 전환의 신중한 이행을 위한 논의는 이미 시작됐다. 감염병 전문가와 의료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일상활동과 방역을 함께 진행할 방도를 강구 중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긴 시간을 인내했다. 코로나19의 지역감염 확산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왔다. 혹여라도 감염이 될까, 또는 본인이 감염원이 될까 우려하며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접어뒀고, 보고 싶은 사람과의 모임도 미뤘다. 가능한한 재택근무를 시행하며 일터 내외부 사람들과의 접촉도 자제해 왔다. 이는 감염병 확산의 고조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같이 걷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그 자체였다.
하지만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본인과 무관하다는 듯, 보건 당국이 출입 자제를 요청해 온 시설을 평시와 다름없이 드나들고 있다. 심지어 자가격리 위반자도 속출해 급기야 격리자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안심밴드'(전자 손목밴드)를 채우는 방안까지 도입된 실정이다.
정부가 자가격리자 관리전용 앱을 활용해 격리자를 관리하고 있지만 격리자가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가는 등 무단이탈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월 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무단이탈 등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사람은 총 169명에 달한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사례는 전국민적 공분을 사왔고, 그 공분은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주도로 4박5일 여행을 다녀온 서울 강남구 확진자 모녀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루 만에 10만 찬성표를 던졌던 우리 국민이다.
지난 11일에는 미국에서 입국한 68세 남성이 자가격리지를 무단이탈했다가 사우나에서 잡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가격리 위반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첫 사례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입국 당시 허위로 전화번호를 기재했다. 휴대전화는 없었다. 격리장소로 이 남성이 적어 낸 송파구의 주소지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머물렀던 곳으로, 자가격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다행히도 이 남성의 검체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만약 확진자였다면 또다른 집단감염 사례가 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어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을 앞뒀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도 지키지 않았던 사람들이 느슨해진 생활방역 체제에서 요구되는 수칙을 지키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정부는 실생활에서 실천하기에 무리가 없는 생활방역 수칙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수칙의 준수를 유도할 실효성이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국민 개개인들에 요구되는 수칙부터, 직장, 학교 등 다양한 사회집단 간에 지켜야 할 수칙들이 맞춤형으로 준비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도 개인적·사회적·국가(법·제도)적 영역들에서 필요한 수칙들을 전문가들과 함께 강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수칙의 적용 대상이 되는 국민들이다. 국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 역시, 생활방역의로의 전환이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느슨하게 푼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안전수칙을 내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시기, 또 다른 차원의 긴장이 필요한 시기로 진입한다는 의미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우리는 '슈퍼 전파자'로 분류된 31번째 환자가 나오면서 큰 혼란기를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대혼란기를 지나 안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한때 900명대에 달했던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20명대까지 줄었고, WHO(세계보건기구)는 우리나라를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로 지목, 한국의 대응 사례를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라는 전국민적 노력과 해외 입국 제한 등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으로 달려간 의료진들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3월과 달라진 4월을 맞게 됐고, 이제는 4월과는 또 다를 5월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5월은 코로나19로부터 한결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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