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비주류는 변화와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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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비주류는 변화와 도전이다

   
입력 2020-04-27 18:51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주류는 '책임'이고, 비주류는 '변화와 도전'이다. 한 사회의 주류와 비주류는 이런 모습으로 경쟁하고 공존하며 그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이와 반대인 불행한 경우도 있다. 주류가 책임지는 자세를 갖지 않고 '남 탓'을 하거나, 비주류가 변화와 도전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안주(安住)하며 주류를 견제하지 못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의 주류가 교체됐다. 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180석을 내주며 참패했다. 지난 총선, 대선, 지방선거 패배에 이은 4연속 패배다. 행정부, 지방권력, 사법부, 헌법재판소에 이어 의회권력까지 민주당이 장악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주류가 됐음을 확인한 민주당. 주류의 자리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갖춰야할 자세가 하나 있다. 주류의 필수 덕목인 '책임'이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 위에 '더 벅 스톱스 히어'(The buck stops here)라는 문자판을 놓아두고 일을 했다. 콜린스 코빌드 사전은 이 문장을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 "책임을 다른 이에게 미루지 않겠다"는 의미라 설명한다. 한 사회의 주류에게, 한 조직의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다.

이와 정반대의 모습이 있다. '남 탓'을 하는 자세다. 환경 탓, 국제여건 탓, 야당 탓 등을 하며 책임을 미루면 마음은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주류의 모습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법적 권한과 힘을 확보한 민주당은 이제 더 이상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자'가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더 이상 약자나 '피해자', '저항세력'이 아니라, 사회의 주류세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나서야 '진정한 주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앞에는 위험한 '함정'도 하나 놓여 있다. 오만과 독주가 그것이다. 이해찬 당대표가 총선 승리 후 "지금은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를 얘기할 때 아니다"라며 '과속'을 경계한 것은 민주당을 위해 바람직했다. 하지만 180석 거대여당이 된 민주당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으로 무리한 독주에 나서는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백신'은 있다. 자신이 이번 총선에서 '180 대 103'(의석수)으로 압승한 것이 아니라, '49.9% 대 41.5%'(지역구 득표율)로 이긴 것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경계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선거 4연속 패배로 '비주류'가 되었음을 명확히 확인한 미래통합당은 어떤가. 비주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는 '변화와 도전'이다. 그런데 오랜 세월 주류로 지내온 통합당에게는 이를 방해하는 함정이 있다. 자신이 여전히 주류라는 '착각'이 그것이다. 충격적인 참패 이후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패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코로나19 등 몇몇 외부의 돌발 사태 핑계를 대고 있지 않은가. 백신은 있다. 민주당과는 반대 처방이다. 이번 총선에서 '49.9%대 41.5%'(득표율)로 아깝게 진 것이 아니라 '180대 103'(의석수)으로 참패한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경계하는 방법이다.

통합당이 다시 주류가 되고 싶다면 우선 냉혹한 자기평가를 통해 자신이 아직 주류 세력일 거라는 '착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길이 보인다. '참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인 변화)에 나서며 '도전'해야 한다. 로버트 퀸 미시간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많은 조직과 개인들이 '딥 체인지'를 포기하고 '슬로우 데쓰'(Slow Death 점진적인 죽음)라는 파괴적인 길을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근본적인 변화가 고통스럽기 때문이다.통합당이 '딥 체인지'를 회피하고 착각 속에 안주하며 '103석 제1야당'이라는 당장의 안락함을 누리려 한다면, '슬로우 데쓰'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아니 그건 '점진적인 죽음'이 아니라 '써든 데쓰'(Sudden Death 급사)로 가는 길이다.

명실상부 주류가 된 민주당이 그들의 소망대로 앞으로 5년, 10년 이상 주류로 자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비주류임을 확인한 미래통합당이 2년 후 대선에서 다시 주류로 컴백하는 계기를 잡을 것인가. 그건 앞으로 몇 개월 양측이 각각 '책임', '변화와 도전'이라는 자신의 과제를 어떻게 해내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단 몇 개월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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