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N, 변속기 갈아신고 도로 위를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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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스터N, 변속기 갈아신고 도로 위를 날다

박정일 기자   comja77@
입력 2020-05-03 18:08

수동변속서 DCT로 변화… 소비자에 익숙한 자동변속 반영
스포츠 버켓에 부스터 기능까지 장착 '운전의 재미' 끌어내
고성능 차량 대중화 성큼… 변경 모델 판매량 전년比 두배


현대자동차 벨로스터N.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2020 벨로스터N' 스피드웨이 서킷 시승
현대자동차 벨로스터N은 그동안 '그림의 떡'이었다. 면허는 있지만,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다. 한 발 운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두 발을 사용해야 하는 수동변속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꽉 막힌 출퇴근길에서 클러치 조작을 하는 상상만 하면 구매목록에 넣었다가도 다시 꺼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현대차가 꺼내든 해결책은 '습식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다. 기술적으로는 수동변속기가 기반이지만, 운전자에는 익숙한 자동변속기와 같다.

최근 현대차가 개최한 2020 벨로스터N 시승 행사에 참가해 약 1시간 반을 주행했다. 이번 시승은 조금 특별했다. 일반 도로 위가 아닌 경기도 용인에 있는 스피드웨이 서킷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차량 성능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 해치백 골격을 유지하고 '트레이드 마크'인 문도 3개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스틱 모양의 변속기와 주차 브레이크가 자리 잡고 있다. 시트는 달리기 위한 욕구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단단한 재질의 스포츠 버켓 시트가 온몸을 감싸준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달리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차량 기능을 숙지하는 시간이 먼저였다. 인스트럭터 지시에 따라 장애물이 설치된 구간에서 차량과 친해지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시속 200㎞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서킷에서는 필수다. 인스트럭터는 "차량과 한 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될 때까지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경마에서 기수와 말(馬)의 교감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오늘 처음 탄 차량이지만, 이것저것 설명을 듣고 실제 몸으로 느끼다 보니 두어번 체험한 후 금세 차량에 익숙해졌다.



주행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기능은 '런치 컨트롤'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내에서 실행 버튼을 누르면 5분간 활용할 수 있다. 왼발로는 제동페달을 꽉 밟고,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야 한다. 오른발에 온 힘을 담은 듯 세게 누르는 게 중요하다. '우웅'하는 굉음이 들렸다면 준비 완료다. 두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곧바로 차량이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간다. 다만 런치 컨트롤 작동 시 실패하면 곧바로 다시 실행할 수 없으니 꼭 활용 방법을 숙지해서 이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N. <현대자동차 제공>


차량과 조금 친해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서킷 위로 나설 수 있었다. 인스트럭터를 따라 5명이 줄을 지어 트랙 위를 누볐다. 트랙에서 역시 차량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고속주행이 주를 이루는 만큼 시속 120㎞부터 200㎞에 이르기까지 트랙을 도는 바퀴별로 속도를 올려봤다.

주행 내내 가속에서 답답함은 느낄 수 없었다. 새로 적용한 '8단 습식 DCT'는 가속페달을 밟는 힘에 비례해 단수를 차곡차곡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른바 '부스터' 기능이다. NGS(N Grin Shift)도 불리는 이 기능은 엔진 출력을 20초간 최대로 끌어올린다. 순간적으로 토크를 소폭 올려 힘을 높이는 것이다. 운전대에 위치한 버튼만 누르면 20초 동안 유지된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계기판 중앙에 '20'이라는 숫자가 나타난다. 한 번 쓰면 5분 뒤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시간제한은 엔진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벨로스터N은 '운전의 재미'를 대중화하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이었다. 독일 BMW와 다임러의 M과 메르세데스-AMG 등 고급브랜드가 주름잡고 있는 고성능차 시장과 달리,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동변속기만 적용한 탓에 오히려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점점 더 '마니아층'만 두터워졌다. 작년 한 해 판매량이 1000여 대에 그쳤다.

변속기를 바꾸면서 현대차의 계획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1일 출시 후 5영업일 간 200여 대가 판매됐다. 이는 작년 월평균 판매량의 두 배다. 계약 물량 중 DCT 패키지 모델이 80%에 달한다. 현대차가 2015년부터 운영 중인 'N'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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