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기회는 `죽음의 터널` 끝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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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기회는 `죽음의 터널` 끝에 있다

   
입력 2020-05-11 18:47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5월 들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 둔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방역 국면에서 경제 국면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이는 지난 4개월 반 동안 코로나19 확산의 공포 속에 단행했던 국경 봉쇄와 주민 이동 통제로 인한 경제 충격의 실상이 각종 통계를 통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1분기 성장률이 각각 마이너스 4.8%와 마이너스 6.8%를 기록했다. 특히,코로나19 최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최근 6주간 실업급여 청구자가 전체 취업자의 18%에 달하는 3000만명을 상회하는 실업대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생산, 고용, 소비, 수출 등 모든 면에서 외환위기 당시에 버금가는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1.4%를 기록했고 3월 사업체 종사자수가 역대 처음으로 22만5000명 감소하였으며 4월 무역수지가 99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적인 경제봉쇄가 신속히 완화되지 않을 경우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의 경우 2분기에는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5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전세계적으로 둔화되면서 중국 미국 유럽의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주민 이동 제한을 완화하는 등 경제 정상화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4월에 우한 봉쇄를 해제한데 이어 5월 초 연휴 특수에 대비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대대적인 내수진작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5월부터 주민 이동 제한을 완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 6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했다.

세계금융시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조치와 코로나19 확산세 둔화에 힘입어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3대 지수는 코로나19로 급락한 하락분의 90% 수준까지 회복된 상황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경제 정상화 재개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국가 간 국경봉쇄 해제 같은 근본적인 무역 및 여행정상화까진 시간이 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자칫 코로나19 확산이 재발될 가능성도 있어 완전한 경제정상화 복귀 여부는 금년 4분기가 되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때까지는 실물경제 충격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단계별 비상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코로나19로 '죽음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업과 자영업에 대한 긴급자금자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1분기에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여서 2분기가 생존의 데드라인 시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를 지체할 경우 기업 연쇄도산으로 인한 대량실업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항공 등 기간산업에 대한 40조원 지원 등 175조원에 이르는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발표했으나 추진 과정에서 국회나 관계기관(기재부,한은 등) 간의 이견 조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골든 타임을 실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2.2조 달러에 달하는 코로나 경기부양예산을 여야 합의하에 불과 2주만에 통과시켰는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감을 여야 정치권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물론, 기축 통화국인 미국과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는 중앙은행의 역할에서 차이가 있고 국가채무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과거 외환위기 때와 같이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국민적 공감대하에 정치적 이해관계나 기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기업 자금지원 문제나 노·사·정 간의 상생 협력 문제를 풀어나가야할 것이다. 지난 4월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전망을 당초보다 6.3%P나 낮춘 마이너스 3%로 수정 전망했다. 그 후 발표된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보고서에서 단계별 시나리오에 따라 세계경제가 올해 낙관적으로 마이너스 4%, 비관적으로는 마이너스 7.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기관 모두 코로나19가 상반기 중에 진정되고 올 하반기부터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경우를 전제로 전망한 것이어서 최근의 확산세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의 빠른 반등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이 급속히 회복될 것이란 착시 현상을 느낄 수 있겠지만 실물경제 전반의 충격이 최소 1년 이상 간다는 전제하에 대비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비상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는 일회성의 한시적인 지원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도산을 막아 일자리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 하고 내수활성화를 통해 사라진 일자리를 복원시키는데 있다. 또한, 수십년 전에 도입된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코로나19 극복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처럼 고용 부문에 있어서도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내년 이후 종식되더라도 구조적으로 발생된 실업은 복원되기 어려우므로 코로나19로 변화된 경제 환경에 대응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에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언택트(비대면)분야와 헬스케어, 보건의료,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전세계에 보여준 한국의 우수한 디지털과 결합된 보건·의료·헬스케어 분야 역량을 적극 지원해 이들 분야를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극복에 주역을 담당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는 얼마전 모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지만 잘 대응하면 외환위기처럼 한국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한국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로 만들려면 단기대책에 더하여 긴 호흡의 구조적 대응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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