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바이오·에너지 빠진 한국판 뉴딜은 속빈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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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칼럼] 바이오·에너지 빠진 한국판 뉴딜은 속빈강정

   
입력 2020-05-13 18:34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문진탄소문화원장
세계 표준이라는 K방역이 이태원 사태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어렵사리 극복해왔던 대남병원·신천지·구로콜센터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이유는 없다. BT(진단)과 IT(추적)를 총동원한 K방역은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이 힘들고 지쳤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K방역으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끔찍한 '재앙'이었던 코로나19를 더 없는 '축복'으로 만들어준 것이 바로 K방역이다. 전 세계가 그런 K방역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K방역이 전 세계의 표준이라는 주장은 억지다.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도 질병의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혈기방장 한 젊은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필요했다. 이태원 사태가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교훈이다.
정부가 코로나 이후의 경제 회복을 위한 '한국판 뉴딜'(K-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멈춰서버린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시도는 반가운 일이다. 언제까지나 방역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리는 상황도 코로나만큼 우리에게 위험하고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타이밍이 고약했다.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원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 불길한 소식에 대해서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만 했다. 신천지의 예고편이었던 31번 감염자의 등장을 무시했던 실수는 뼈아픈 것이었다. 실제로 K-뉴딜은 이태원 사태에 묻혀 버렸다. 정부의 대국민 홍보 전략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K-뉴딜의 내용도 대규모 보완이 필요하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 의료·교육·유통 등의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의 스마트화의 핵심은 모두 5G와 데이터 기술이다. 그런데 5G와 데이터는 아직 미완성의 미래 기술이다. 5G의 산업화에 필요한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데이터의 수집·축적·활용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원격진료는 여전히 먼 훗날의 꿈이다. 정부가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는 신재생도 역시 미완성의 미래 기술이다.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산업화를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미래 기술로 코로나 때문에 멈춰선 현재의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시도는 조심스러운 것이다. 미래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고, 그런 투자는 현재의 기술에서 얻는 소득으로 충당해야만 한다. '대담하고 창의적인 기획'과 '신속하고 과감한 집행'이 미래의 기술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부의 K뉴딜에서 K방역의 중추인 '바이오산업'이 완전히 빠져버린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인천공항에서 1번 확진자가 등장하고 2주 만에 세계 최초·최고의 진단키트를 개발해낸 우리 바이오벤처의 실력은 대단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구축된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이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바이오산업의 메카이고 노벨상 수상자가 넘쳐나는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개발에 실패했다. 진단·의료 분야 바이오산업은 당장 경제 살리기에 투입될 수 있는 현재 기술이다. 지난 석 달 동안 103개국에 무려 2억3000만 달러의 진단키트를 수출했다. 성장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전통 의료산업을 틀어쥐고 있던 미국 유럽 일본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K뉴딜에서 에너지산업이 빠진 것도 당혹스럽다. 5G와 데이터산업은 고품질의 전력 공급이 보장돼야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결국 깊은 적자의 늪에 빠져버린 한전과 정유사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없는 K뉴딜은 비현실적인 꿈이다. 미래 기술인 신재생에 대한 관심을 조금 뒤로 미뤄두고 당장 쓸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한수원의 엉터리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세워놓은 월성1호기를 재가동하고, 원자로 설비까지 만들어놓고 내던져버린 신한울 5·6호기의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이 보장된 바이오·에너지 산업을 빼놓고, 어설픈 미래 기술로 채워진 K뉴딜은 속빈 강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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