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인줄도 모르고… 原油에 빠진 개미들

차현정기자 ┗ 증시선방 `동학개미`의 반란… 하반기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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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인줄도 모르고… 原油에 빠진 개미들

차현정 기자   hjcha@
입력 2020-05-14 18:29

미국·러시아·중동 등 국제사회 '정치역학' 메커니즘 작동
가격 변동 폭 두배 추종 '고위험·고수익' 종목 유혹에 빠져
원유 가격 반등세 잇따라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 투자
법정다툼까지 불사… 전문가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개미가 원유(原油)에 빠졌다. 익사 직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사실 애초부터 개미들에게 무리였는지 모른다. 본래 유가라는 게 산유국 당사자도 모르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동 등 국제 사회 미묘한 '정치역학'이 유가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 때문이다.

그런 복잡한 메커니즘을 개미가 이해하는 건 역시 무리였다. 그런데 그런 손해를 보고도 개미들의 '한 방의 꿈'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까지 무수한 개미들이 '손실'의 소용돌이 속에 자멸했음에도 불구하고 5월 다시 원유가격이 반등세를 보이지자 또 다시 개미들이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증권)'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심 또 조심 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출렁이는 유가=글로벌 투자 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 시각)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6.8% 오른 배럴당 25.78달러에 마감했다. 사우디의 6월 추가 감산 결정에 이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의 추가 감산 동참 소식 등이 전해진 것이 큰 폭의 상승을 이끌었다. WTI 가격은 지난달 20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5월물 기준)를 기록한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며 이달 들어서만 37%나 상승했다.

유가가 대세 상승세인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충격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국제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0~2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경제 재개 행렬에 감산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단숨에 급등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있지만 현실화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개미 관심도 출렁=반등하는 유가로 투자자들의 관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레버리지 원유 선물 ETN'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다시 늘고 있다. 인터넷에는 "금융 당국 규제가 나오기 전 마지막 매수 기회"라거나 "감산과 경제 재개로 유가가 급등할 것"과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레버리지 ETN은 기초 자산인 '원유 선물' 가격 변동 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고위험·고수익' 종목이다.



지난 3~4월 유가 급락 기간에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집중 매수하면서 기초 자산과 시장 가격 간 괴리율이 수백%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금융 당국은 투자 주의보를 내리고, 한국거래소는 '거래 정지' 카드를 꺼내는 등 강력 조치를 취한 상태다.
레버리지 ETN 4종의 괴리율은 지난 12일 기준 93.3%에서 289.6%로 거래소가 상한선으로 잡고 있는 30%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상황이다.

◇원유의 악몽=코로나19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다.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해당 물량을 매수하고 나선 것이다.

개인 투자자, 일명 개미들은 폭락장을 저점 매수 기회로 여기고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를 사들였다. 시장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량주를 매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개별 종목에 베팅했던 개미들이 원유에 몰리면서 '폭망'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21일 유가가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WTI 5월물 가격이 만기가 다가오자 배럴당 - 37.63달러까지 하락한 것이다.

◇법정 다툼까지=13일 법무법인 강남에 따르면 원유 ETF 투자자 김모씨 외 1명은 지난달 27일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으며 법무법인 오현도 이르면 14일 투자자 약 220명을 대리해 1차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다고 이날 밝혔다. 법무법인 정현도 이달 400~500명 투자자들의 소송 대리를 준비 중이다. 또 금감원에도 300여건 이상의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됐다. 현재 투자자와 운용사 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결론이 어찌 나오든 투자자의 손실을 완전히 회복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지루한 법적 싸움 끝이 누구든 손실을 덜 보자는 것이지 득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투자 전의 심사숙고가 제일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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