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망록이 불지핀 `한명숙 사건` … "재심 어렵다" 공수처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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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이 불지핀 `한명숙 사건` … "재심 어렵다" 공수처 가나

백인철 기자   chaos@
입력 2020-05-21 14:45

한만호 비망록 과거 재판에 제출…"당장 재심 사유 안된다"
회유·협박 입증할 증거 있어야…법무부 자체 진상조사 여지


'한명숙 사건' 여권서 재조사 촉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재조사를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수사나 재심 청구 등 후속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러한 여당의 재조사 촉구를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수사와 공판에 참여한 검사들을 이르면 올해 7월 출범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대상으로 삼으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단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당장 재심 개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형사소송법은 △증거 위조·변조 △허위 증언·감정·통역·번역 △무고 등이 다른 사건의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등으로 재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면 무죄 또는 면소를 인정할 만큼 명백한 수준이어야 한다.

재조사 요구를 촉발한 고 한만호씨의 비망록은 한 전 총리의 재판에 이미 증거로 제출됐다. 검찰은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는 진술을 번복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망록을 작성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기존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로서 법정에 제출해 사법부 판단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물론 한씨의 위증 사건까지 이중으로 대법원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비망록만으로는 재심이 개시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재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도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당시 수사팀이 한씨를 회유 또는 협박해 진술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되면 한 전 총리의 재심이 이뤄질 수도 있다. 검찰 또는 공수처 수사가 재심으로 가는 우회로가 되는 셈이다.



여권에서도 공수처 수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심을 통해 재판 결과를 뒤집는다 안 뒤집는다 이런 얘기들이 언론에서 많이 나오는데 그런 건 나중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설치가 된다면 수사 범위에 들어가는 건 맞다"며 "공수처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회유·협박 등 강압수사가 있었더라도 피해자에 해당하는 한씨가 이미 사망해 비망록에 담긴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 수사팀은 "검찰에서는 강압수사나 증인을 힘들게 하거나 이런 적은 전혀 없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한씨의 법정 진술을 강압수사가 없었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증거가 조작됐다면 기존 재판에서 얼마든지 탄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합법적 증거인지 검증해 문제없이 유죄가 확정된 만큼 지금 와서 폭행이나 협박을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진상규명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검찰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정밀한 조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사 징계시효 2년이 지나 감찰 착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휘발성이 큰 사안인 만큼 법무부 차원의 진상조사나 공수처 수사 역시 정치적 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백인철기자 chao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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