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사이 끼인 한국, K방역 위상 쥐고 독자적 외교영역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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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사이 끼인 한국, K방역 위상 쥐고 독자적 외교영역 넓혀야"

김미경 기자   the13ook@
입력 2020-05-20 19:10

'新냉전' 치닫는 美ㆍ中
"양국 중 택일 현명한 결단 아냐… 예측 벗어난 반전전략 절실
美에 엎드리고 中 어려울 때 손 내민 아베 외교 주목할 필요"


지난 18일 디지털타임스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DT 전문가 대담'에서 강준영(왼쪽) 한국외대 교수의 발언에 이어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더 이상 기대는 외교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할수록 양 강대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양 강대국 중 어느 한 쪽을 택한다는 것도 현명한 결단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한국의 듬직한 우군이라도 단정하기도 힘든 까닭이다. 동맹국인 미국은 한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제공한 것에 고마움을 표하는 한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결렬시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의 경우는 한국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전역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세계적 추세와 달리 후베이성 등만 한정적으로 입국을 제한한 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한국에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자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양대국의 이런 '갑질'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은 이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틀에서 벗어난 '반전 외교'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도의 '헤징(Hedging·위험회피)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가 언급한 '반전 외교'란 '강성 외교'로 달리 표현할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나 경제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K-방역으로 얻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잘 활용해 국제적 방역협의체를 만드는 등 한국의 독자적 외교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힘겨운 상황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진단을 해본다면, 지금까지 한국의 외교 전략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한석희 교수 "한국은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잘 버텼다. 과거 중국은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었지만 미국에 덤빌 단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시기의 중국은 너무 커졌다. 중국은 한국을 아래로 보면서 한국을 놓고 미국과 경쟁을 벌이려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안미경중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대체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강준영 센터장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샌드위치에 놓여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정치·외교적으로 통안(統安)을 분리해 왔다. 중국에는 통일, 즉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하고, 안보는 한미 안보조약에 따라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 너무 커버렸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소통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한반도가 미중 영향력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고 외부로부터 압박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말로만 비핵화한다고 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남북 관계도 어렵고 한미 관계도 불편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방한한다고 하는데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면 예를 들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을 눈 감아주겠다는 의미가 담길 텐데, 우리도 중국에 무언가 큰 선물을 해야 한다. 우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프로세스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에 잘 있던 한미동맹 등을 무리하게 포기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손을 내미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미국과 중국 모두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거라 할 수 있다. 박쥐는 결국은 왕따가 된다."



-줄타기 전략의 효력이 다했다면 한국은 앞으로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위치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한석희 교수 " 앞으로 미중 갈등은 더 심화할 텐데 저자세 외교로는 일이 안 풀린다. 물론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다. 둘 다 손에 쥐고 가는 게 최선이나 둘 다 쥐고 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 난국을 탈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헤징 전략'이다. 최근에 이 헤징 전략을 근접하게나마 실행한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승세를 탔을 때 바짝 달라 붙었다. 일본이 미국과 손잡은 것이라면 중국과는 등져야 하는데, 중국은 상황이 안 좋아지니 일본과 손을 잡았다. 일본의 헤징 전략이 효과를 본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헤징 전략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면 먼저 2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북한 문제와 경제다.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거나 없애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중국의 대응을 보니 대북 정보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게 중국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 주석이 방한하지 않아도 아쉽지 않다는 '반전 행보'를 보이면 오히려 더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는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한국이 일본과 가까워지면 중국에 부담이 된다."


-저자세 탈피 외교 전략으로 중견국 외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중견국 외교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강준영 센터장 "한국과 비슷한 호주, 터키, 캐나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과의 연결고리라고 보면 된다. 중국과 관계가 깊은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등과 한국이 협력하면 얻을 게 많다. 특히 호주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점 등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이 코로나19 이후 K-방역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는데, 이를 토대로 중견국 외교든 K-방역 외교든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클 것 같다.



강준영 센터장 "동북아 또는 동아시아 방역체계를 우리가 주도해 만들어야 한다. 여기엔 북한도 들어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중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몽골 등과 협의체를 만들면 중견국 외교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북한을 초대하면 된다. G20 화상회의에서도 한국이 잘했다고 평가를 받았으나 다음 단계로 진전된 게 없다.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중심으로 중견국 외교를 주도한다면 중국 의존도도 점차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석희 교수 "우리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세계 중심으로 가까이 가기 위해선 변화를 예측하고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국제 기구에 대한 조직개편 나아가 WHO 개혁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WHO 사무총장을 한국이 맡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결국 이를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가 돈독해져야 한다.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낸다면 중국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김미경·성승제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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