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 회사채 매입… 시장안정·리스크관리 둘 다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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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회사채 매입… 시장안정·리스크관리 둘 다 잡아야

   
입력 2020-05-20 19:10
한국은행이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들인다. 한은과 정부는 다음달 10조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록 한은이 SPV를 통해서긴 하지만, 발권력을 동원해 회사채와 CP 매입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와 한은은 중앙은행의 안전성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출자 1조원, 후순위 대출 1조원 총 2조원을 투입하고 한은은 선순위로 나머지 8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한은의 자금 투입은 SPV가 자금을 요청하면 대출하는 캐피털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로써 코로나사태로 극도의 자금경색에 몰렸던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장은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설립 등 시장안정화대책에도 안정을 찾지 못했다.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중앙은행이 회사채와 CP를 매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한은은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반대해왔다. 그러면서 미국 연준(Fed)처럼 정부 지급보장이 전제되는 방식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문을 열어 놨다. 이번 SPV 방식이 전혀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20%의 리스크를 떠안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명분을 확보하면서 중앙은행으로서 책무를 다한다는 모양을 갖추게 됐다.

문제는 매입대상에 투기등급인 BB등급도 포함돼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시적으로 신용이 하락한 '폴른 에인절'(추락천사)에 한정된 것이지만 리스크관리 과제가 대두된다. 정부와 한은이 출자와 대출을 통해 기업 자금난을 해소하는 것은 첫 시도되는 것으로 일단 중앙은행이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은 빨리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와 한은은 시장 추이를 봐가며 SPV 규모를 2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 전체 채권시장의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투기등급도 사들이는 만큼 심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기업의 모럴 해저드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시장안정 뿐 아니라 리스크관리에도 철저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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