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사태, 합법 가장한 탈법… 기득권층 권력욕이 초래한 비극"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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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사태, 합법 가장한 탈법… 기득권층 권력욕이 초래한 비극"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0-05-21 19:14

기부금 내역 밝힐 수 없다는 정의연, 국민들 납득 못 해… 사회정의도 결국 개인의 양심서 출발
걸핏하면 '제도 탓'하며 책임 모면하려는 정부·여당의 태도 지양돼야… 결국 '사람 탓'이 더 커
판사·검사도 법 앞에 평등, 재판 과정서 잘 못 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왜곡죄' 두는 것도 방법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법학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오만이고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사회 환경이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면 법과 제도도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자기식대로의 개혁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모두 '제도 탓'으로 돌리는데, 저는 제도보다는 '사람 탓'이 더 크다고 봅니다. (중략)우리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서 쉽게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모두가 스스로 성찰하고 스스로 생각을 바꾸는 자성의 기운이 일어나면 시간이 걸려도 해결의 실마리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형사법학계의 '대쪽' 학자요 기득권 법조계와 염치도 신념이 실종딘 정치계를 신랄히 질타해온 이영란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 법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원인은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타락이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으로 뿌리를 같이 하는데, 권력자 기득권층은 법과 도덕을 별개로 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지금 한국사회에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핵심을 놔두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법집행기관의 구조를 바꿔놓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은 자칫 '노루 피하려다 범 만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검찰'이 '정치경찰'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이 교수는 "증거 인멸이나 허위자료 제출, 증인출석 방해 등 '사법방해죄'를 도입하는 것과 함께 그와 균형을 맞춰 수사나 재판에서 검사와 판사의 잘못이 있을 경우, 즉 오판하거나 불성실하거나 개인적 이유에서 판단을 왜곡한 경우, 그들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법왜곡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생을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법 연구와 법 정의 구현 연구를 천착해온 교수의 제안인 만큼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진영적 골에 대해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념, 진영을 말하는데, 깊이 들어가보면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라며 "우리사회 전체가 깊은 반성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임기 후반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해 다음 4가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째 진영논리에서 벗어나는 것, 둘째 주변정리, 셋째 포용력을 길러 남의 말과 다른 생각을 수용하는 것, 마지막으로 성과에 급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본사 근처 카페에서 가졌다. 지금까지 TV패널 출연과 칼럼 집필은 활발히 해온 이 교수지만, 신문과 인터뷰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한마디 한마디가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사회 법치주의가 실현·체화(體化)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서구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우리 법문화에 점점 더 깊숙이 자리 잡아 가기 때문에 국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법치주의를 구현하는 것은 구현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개인보다는 권력집단의 모범적 의식과 행동이 선행돼야 합니다.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솔선수범이 절실합니다. 그것조차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공직임용 인사에 엄격한 잣대가 필요합니다."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정부와 국민은 어떤 자세가 필요합니까.

"지금은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역할에 희망을 거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안 보고 법 앞에 평등이라는 엄정한 기준을 확립해 공평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해야 합니다. 올바른 판단사례들이 쌓여가고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국민들도 자성과 감시자 역할을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이고 법치 구현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먼저 사법기관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혹 수사나 재판에서 검사나 판사의 잘못이 있을 경우, 즉 오판하거나 불성실하거나 개인적 이유에서 판단을 왜곡한 경우, 그들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법왜곡죄'를 두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판사나 검사에게도 법 앞의 평등을 적용하는 것이지요. 또한 국민들에게도 좀 더 엄격하게, 예컨대 형법에 공무집행방해죄와 같은 '사법방해죄'를 두어 수사나 재판절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증거를 숨기거나 인멸하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증인의 출석을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것까지 모두 사법방해죄로 처벌하도록 해서 공정한 사법절차와 공정한 재판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그런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지금 법집행기관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보시는지요. 그렇다면 어떤 방향이어야 하겠습니까.

"물론 개혁은 언제든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거를 모두 부정하고 판을 뒤엎는 개혁은 위험합니다. 반드시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일부에서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오만이고 위험천만입니다. 사회 환경이 변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면 법과 제도도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자기식대로의 개혁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모두 '제도 탓'으로 돌리는데, 저는 제도보다는 '사람 탓'이 더 크다고 봅니다. 지금도 걸핏하면 제도 탓, 과거 탓을 하며 책임을 모면하려는 정부 여당의 태도는 지양돼야 합니다. 과거에 검찰이나 법원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모두 사람 탓입니다. 어떤 제도도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제도 보다 사람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법집행기관, 특히 우리의 사법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했건 출세하려고 했건 어쨌거나 우수인력이 법집행 분야에 많이 쏠린 게 사실 아닙니까. 또 제도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왔고 꾸준히 연구하고 각국에서 좋은 제도를 도입해왔습니다. 이렇게 좋은 제도를 가지고도 문제가 생긴 것은 사람이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정권의 입맛 대로 법을 집행하거나 주어진 재량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거나 끼리끼리 파벌을 형성해 인사권을 남용하거나 부와 권력을 위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한 겁니다. 과거의 검찰이나 법원의 잘못도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잘못 운영한 것이지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종래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 검사들이 권력의 눈치를 본 것이 문제였듯이 현재도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살아있는 권력을 향하는 검찰을 탓하고 제도를 바꾸려는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봅니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법안이 작년 말 통과돼 조만간 시행에 들어가는데요.

"개혁을 하려면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위한 것인가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국민생활에 편익을 제공하고 인권침해가 없겠는지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정권 한풀이식이나 권력 장악, 정권연장을 위한 꼼수수단으로 개혁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검경수사권 조정도 어느 한 편이 권한이 더 크다고 해서 검찰과 경찰이 서로 권한을 적당히 나눠 가지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는 것이 인권침해를 줄이고 수사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잘해서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게 해야 국민들이 범죄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으니까요.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고 범죄로부터 공포를 없애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짐으로써 형사사건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가 침해당할 소지가 지적됩니다.

"저는 경찰이 국방을 맡고 있는 군대 못지않게 대내적으로 치안을 맡고 있는 중요한 대규모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도의 법률전문지식이나 특정 분야의 수사역량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권침해나 억울하고 부당한 재판을 막기 위해서는 기소는 반드시 법률전문기관인 검찰이 해야 하고, 특히 특정분야의 범죄수사(범죄수사도 결국은 범죄자들과의 두뇌싸움)는 검찰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수사기법의 개발이나 수사역량과 경험의 축적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검찰이 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차원에서 경찰도 특정분야이 수사를 완결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개혁은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조급하게 하거나 주먹구구식으로 해치울 것이 아니고 합리적이고 현실에 맞으면서 미래예측도 가능하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충분한 연구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저는 '정치검찰'이 나올 확률보다 '정치경찰'이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사회에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자조적인 말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법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 별도의 사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일반인 머릿속에 남아 있지요. 검찰, 법원 등 모든 사법기관의 법운용이 형평성을 저해하는 경우가 빈번하면, 특히 권력자와 가진 자들에게 느슨한 잣대를 적용하는 한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의 의식을 완화시키기 어렵다고 봅니다. 실제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법률전문가를 고용하거나 도움을 받아서 법망을 교묘히 잘 빠져나가요. 특히 권력층과 사회 지도층에 대한 잣대를 엄정하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국민들의) 그런 생각이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쉽게 사라질 거 같지 않아요. 그래서 사법부에서 판단을 할 때 수사를 하든 재판을 하든 지도층에 대해서 엄격한 판단이 쌓이지 않으면 이런 의식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칼럼에서도 썼는데, 삼성 같은 기업은 국가의 자부심이잖아요. 외국에 나가보면 너무 자랑스러워요. 그런데 그런 기업에 대해 재판을 할 때 재판장이 뭐라고 했느냐 하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데 기본 원칙을 지키라는 겁니다. 법과 원칙을. 왜냐하면 기술적으로 요리조리 따져서 규정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답답하니까 재판장이 훈수를 둔 겁니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고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법이라는 게 그물이거든요, 법망, 그걸 알아가지고 빠져나가는 거예요. 제가 조국사태 때도 뭐라고 했느냐 하면, 자기는 위법행위는 안 했다고 했는데 여기서 위법행위라는 것은 실정 법규거든요. 거기에 정면으로 위배되지는 않았다고 어기는데, 높은 수준의 덕목을 갖춰야 할 사람이 법망만 피해갈려고 한다면 안 되는 거지요. 결국, 어떤 제도도 완벽한 제도는 없기 때문에 자꾸 새로운 어떤 제도적 장치를 추구하는 것보다는 먼저 현재의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4·15 총선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사회 계층, 지역, 세대 간 생각의 간극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차이를 극복해야 할까요.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서 쉽게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스스로 성찰하고 스스로 생각을 바꾸는 자성의 기운이 일어나면 시간이 걸려도 해결의 실마리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된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식상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줘서 국민 모두가 짜증이 나 있습니다. 10여년 이상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동안 국민이 원하는 정치에 기여하지도 못하면서 기득권만 챙긴 사람들은 퇴출돼야 하고 제도적으로도 직능대표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비례대표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갈등은 가진 쪽에서 안 가진 쪽에 먼저 양보하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통합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둔다면.

"글쎄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좋은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서는 첫째,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진영논리도 궁극적으로는 밥그릇싸움이 아닌가요? 둘째, 주변정리를 해야 합니다. 셋째, 포용력을 길러 남의 말, 다른 생각을 수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과에 급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사 "공수처法·검경수사권 조정, 노루 피하려다 범 만나는 꼴"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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