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칼럼] 5·18도 法治 틀 안에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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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칼럼] 5·18도 法治 틀 안에서 해결해야

   
입력 2020-05-21 19:14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김영용 전남대 명예교수·경제학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40년이 되었다. 금년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추모식에 대거 참석했다. 5·18이 한국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무게감을 나타내는 것이리라. 4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5·18이 역사적으로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아직도 뜨거운 이슈인 까닭은 국가간 전쟁도 아닌 국내적 쟁점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 그리고 한 고을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죽임을 당하는 현장을 목도한 사람들의 한(恨)은 세월이 가도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죽음의 이유는 부차적인 것이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발포 명령자가 누구였는지, 발포에 대한 법적인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 의지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정부가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도 했다. 5·18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의 진상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5·18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 청문회를 비롯해 수사기관의 수사가 여러 차례 이뤄졌고 법적 처리도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진실 규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조사위원회나 수사기관의 규명 의지와 능력 부족이 아니라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지금까지의 진실 규명이 미흡하다면 그 이유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파적 이해가 아니라면 미흡한 진실의 규명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 아픔의 상처도 치유돼야 하고 과거에만 묶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진상 규명과 불가피한 처벌은 법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법치란 준법을 넘어 법의 속성에 관한 것으로서 법의 일반성, 추상성, 확실성, 평등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은 특정 시공간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것이어야 한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국회가 입법한 법(act)은 법치의 법(law)이 아니다. 현대의 민주정에서 모든 법은 입법부에 의해 입법될 수밖에 없지만, 법이 가져야 할 속성을 충분히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 정당이 거론하고 있는 5·18을 대상으로 한 입법은 법치의 법이라고 할 수 없다. 5·18을 정파적 이해나 몰이해로 폄하하거나 왜곡해서도 안 되지만, 그런 점을 우려해서 논의 자체를 봉쇄함으로써 역사 해석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는 것도 잘못이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그러했다.
역사학자는 사실(史實)들을 기록하는 사람인데, 그런 사실들이 역사학자의 지적 서판(書板)에 저절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자료 수집에서부터 역사학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다. 또한 역사적 사실은 역사학 이외의 지식만으로는 완벽하게 해석할 수 없으므로 나머지 부분은 역사학자들의 이해(understanding)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역사학은 탈가치적(脫價値的) 학문이 될 수 없고, 역사학자에 따라 다양한 이해가 가능한 학문이다. 개념(conception)을 중시하는 학문과는 다르다.

따라서 5·18에 대한 다양한 의견 개진이나 해석은 허용돼야 한다. 인간 세상의 일은 칼로 무 베듯이 하루아침에 해결되거나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황당한 주장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토론을 통해 걸러지고 정제된다. 그런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 문명국가의 모습이다.

진상 규명과 처벌이 어떻게 이뤄지든 지금 우리가 5·18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한 시대를 어둡게 하는 비극적 사건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어떻게 이룩해 나갈 것인지가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이다. 이는 국가와 정부란 국민에게 무엇인지, 사회질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 정치권의 문제 해결 능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대중의 지식과 의식 수준은 어디까지 높아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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