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잃고 지원금으로…" 반지하서 지하로 추락한 기택네

김동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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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잃고 지원금으로…" 반지하서 지하로 추락한 기택네

김동준 기자   blaams89@
입력 2020-05-24 18:48

소득하위 20% 소득증가 0%대
C쇼크 일용·임시직엔 치명타
지출항목 중 교육비 최대 줄여
10분위 계층 사교육비 더 늘려
소득양극화로 '교육·부' 되물림


"직장 잃고 지원금으로…" 반지하서 지하로 추락한 기택네

"직장 잃고 지원금으로…" 반지하서 지하로 추락한 기택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살던 극빈층 기택네(1분위 가구)는 정말 계획이 있었을까.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택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별다른 계획 없이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만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교육비까지 줄여버린 탓에 기택네 장남 기우는 원하는 대학에 또 진학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면서 가난을 대물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동익네(10분위 가구)는 '호화 집콕 생활'을 택했을 공산이 크다. 근로소득은 모든 계층을 통틀어 가장 많이 늘었지만, 코로나19 탓에 여가생활이나 비(非)생필품 지출을 자연스레 줄였다.

◇기택네·동익네, 올 1분기 어떻게 살았을까?= 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한 올해 1분기 가계 전체 소득은 증가했지만, 기택네에 해당하는 소득 하위 10%만 떼어내 보면 소득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가계수지를 소득 10분위별로 따져보면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택네의 소득은 95만9019원으로, 1년 전보다 3.6% 감소했다. 5분위별로 나눴을 때 1분위(하위 20%) 소득 증가율이 0%로 제자리걸음을 했던 것에 비하면 기택네가 처한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얘기다.

1분위와 함께 4분위 소득도 소폭(0.2%) 감소했지만, 나머지 2분위(1.7%), 3분위(1.6%), 5분위(1.3%), 6분위(1.6%), 7분위(2.1%), 8분위(4.9%), 9분위(5.4%), 10분위(7.0%) 소득은 늘어났다. 동익네가 속한 10분위로 갈수록 소득 증가율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양상이다. 즉, 빈부 격차가 더 커진 셈이다.

기택네는 딱히 일을 해 돈을 벌지도 못했다. 1분위 근로소득은 16만5966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9.2% 감소했다. 당장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에 따라 임시직, 일용직 등 일자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신 나라가 주는 보조금 등 11.1% 증가한 공적 이전소득(50만176원)으로 연명했다. 기택네가 받은 공적 이전소득은 근로소득의 3배를 넘는다.



소득이 줄어든 기택네와 소득이 늘어난 동익네는 어떤 지출 패턴을 보였을까. 이는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기택네가 포함된 소득 하위 20%의 지출은 지난해보다 10% 줄어든 월 평균 148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분야별로는 교육비(4만9000원)를 모든 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큰 폭(49.8%)으로 줄였다.

이는 곧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도 증가한다는 분석에 따라 '가난의 대물림'과도 맞물린다. 한국교육개발원 학술지인 '한국교육'에 게재된 '학교급별 소득효과 제거 사교육비 시계열의 변동양상' 보고서를 보면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의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은 2007∼2018년 평균 0.9805로 나타났다. 소득탄력성이 1에 가까울수록, 소득 증가분에 따라 사교육비도 늘어났음을 뜻한다. 결국 기택네는 동익네가 자녀들에게 영어·그림 등 과외 과목을 늘리는 모습을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로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기택네가 아등바등하는 사이 동익네가 속한 소득 상위 20%는 오락·문화(33만4000원)에 들어가는 지출을 가장 크게(34.4%) 줄였다. 기택네가 되레 지출을 4.2% 늘린 것과 대비된다. 교육(55만원)도 27.5% 줄였지만, 액수를 놓고 기택네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외출이 줄어들면서 의류·신발(22만2000원)을 사는 비용과 외식 등 음식·숙박(57만5000원)에 들어가는 돈도 각각 24.7%, 10.5%씩 줄였다.

◇"계획은 있기는 있니?"…2분기 더 힘들어지는 기택네 =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기택네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고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른바 '소주성' 정책이 본격 추진된 이후 기택네의 살림살이는 점차 기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근로소득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 보조금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은 늘고 있다. 근로 능력이 위축하는 것과 달리, 세금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택이네가 일해서 번 돈보다 정부에서 받는 돈이 더 많아진 것이다. 이는 일용직, 임시직 등 저소득층 일자리가 상당수 사라지고 남아있는 일자리도 급여가 줄어든 탓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코로나19 여파는 물론, 소주성과 함께 추진해왔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택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달리, 동익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택네는 받을 돈이 늘어나지만, 동익네는 나갈 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동익네로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람을 줄이는 조처를 취하는 게 가장 손쉬운 일이다.

2분기부터 기택네와 동익네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임시직, 일용직부터 직장을 잃기 시작해 빈곤층이 더 가난해질 수 있어서다. 지난 4월 일용근로자 취업자 수가 19만5000명 감소했지만, 상용근로자는 40만명 늘어난 만큼 저소득층의 재정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금융위기 전후를 보면 2007년 1분기 5.70배였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08년 1분기 5.81배, 2009년 1분기에는 5.93배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 계층의 평균소득을 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며,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택네의 기형적 소득 구조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긴급재난지원금과 실업자 퇴직수당 등의 지급이 본격화한 2분기에는 공적이전소득과 비경상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김양혁·김동준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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