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이러스 정복할 것"
대선 고려 지지층 결집 나서
바이든, 마스크·선글라스 무장
거리두기 강조하며 유세 재개
워싱턴 뉴캐슬=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를 맞아 추모행사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미군의 노력을 치하하면서 "바이러스를 정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검은색 천 마스크를 쓴 채 거의 10주 만에 처음으로 외부 공개행사에 나와 현충일 헌화 행사를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기념물인 맥헨리 요새에서 기념식을 열고 "최근 몇 달 간 우리나라와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적에 맞서 새로운 형태의 전투를 벌였다"며 이 과정에서 미군은 위험을 무릅쓰고 노력했다고 치하했다.
그는 "수만 명의 군인과 주방위군은 끔찍한 바이러스에 맞서 환자를 돌보고 중요한 물자를 전달하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우리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위대한 참전용사의 가족을 포함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가족과 함께 애도한다"며 "우리는 함께 바이러스를 정복할 것이고 미국은 이 위기에서 새롭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자유의 이 고귀한 요새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싸우고 숨진 불멸의 영혼들에 경의를 표한다"고 애도하며 "용감한 전사들이 보여주었듯이 우리는 자신의 운명의 선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념식에는 약 200명이 참석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거리를 띄우고 의자에 앉았다. 연단도 객석과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에는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 묘지에 헌화했다. 그는 헌화 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묵념했으며 별도 연설은 없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이들은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또 매년 이날 전국에서 참전용사 등이 오토바이를 타고 워싱턴DC에 모이는 퍼레이드도 열렸지만, 올해 전국 차원의 행사는 취소됐다.
워싱턴 뉴캐슬=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이날 근 10주 만에 처음으로 현충일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느라 자택에서 온라인 선거활동만 벌여왔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근의 참전용사 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또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에 흰장미 화환을 헌화하며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지난 3월 1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예정한 경선 유세를 급거 취소하고 자택 대피령에 들어간 바 있다. 이번 외부 공식 행사 참석은 거의 10주만이다.
특히 바이든 전 부통령은 행사 내내 검은색 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바이든은 기자들에게 마스크를 쓴 상태로 "집밖에 있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헌화식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켰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대선 경합주를 중심으로 외부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외출하지 않는 것이 건강과 경제 위기 속에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을 세웠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충일 연휴인 23~24일 이틀 연속 골프를 친 것을 놓고도 충돌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윗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현충일 연휴에 한가하게 골프를 쳤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정치광고를 링크하고 "대통령은 골프장의 카트 위에서 트위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경멸적인 별명인 '졸린 조'로 칭하며 "그들(언론)은 졸린 조의 형편없는 직업윤리나 오바마(전 대통령)가 골프장에서 보낸 그 모든 시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언론과 바이든을 향해 불만을 터트렸다.
AP는 이날 바이든의 외출이 외부 행사 재개를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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