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시한 6월 5일내 개원 논의
김태년 "국회도 제대로 혁신해야"
주호영 "與 인해전술로 압박하나"
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 회동
'통 큰 합의'는 없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회동을 갖고 21대 원 구성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 주도권이 걸려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배분을 두고 양 당이 대립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4일 두 원내대표가 첫 회동을 갖고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일정을 단 번에 결정했던 '통 큰 합의'가 이날도 재현될지 관심이 높았으나, 원 구성 자체가 워낙 여야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사안이라 원론적인 수준에서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1시간 20분가량 이어진 회동이 끝난 뒤 김영진 민주당 총괄원내수석부대표와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오는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이 예정돼 있어서 그날도 (원내대표 간) 개원과 관련해 추가로 논의해가고, 수석부대표 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 국회법에 명시된 국회 개원 날짜(6월5일)를 지킬 수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영진 총괄수석은 "두 원내대표가 원 구성과 관련해 처음으로 회동을 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방향에서 말씀을 나눴고, 양당의 입장을 진솔하게 교환했다"고 설명했고, 김성원 수석은 "21대 국회에서 양당이 서로 협치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국회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상을 어렵게 한 쟁점은 법사위와 예결위였다. 김영진 총괄수석은 "여당은 177석 무게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법사위, 예결위를 여당이 책임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통합당도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려면 (관례대로)법사위, 예결위를 맡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달했다.
두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협상에 임하기 전 인사말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주 권한대행은 먼저 "국가적으로 매우 위기 상황이니 국회가 조속히 원 구성을 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도 안심하고 국회도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며 "법정 (국회 개원)기간을 준수하고, 국회가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역지사지해 서로 입장을 잘 챙기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4·15 총선에서) 압승을 한 민주당이 야당일 때 입장을 잘 고려하면 저희의 입장을 잘 알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양보를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혁신으로 맞받아쳤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사회 전 분야에 혁신과 개혁이 필요한데 국회도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 혁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 일할 수밖에 없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의)잘못된 관행, 예를 들어 회기를 시작하기 위한 협상을 지난하게 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해진 날에 정해진 회의를 시작해야 하고, 결정 속도를 빨리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일하는 국회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 권한대행은 김 원내대표의 말에 "조금만 보태겠다"며 말을 이어받았다. 주 권한대행은 "혹시 민주당이 180석 가까이 되니 인해전술로 압박하는 것 아닌가 한다"면서 "일하는 국회 좋다. 그러나 국회는 기본적으로 헌법상 3권 분립에 따라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인데, 일에 치중하다 보면 제대로 된 일을 못하지 않을까 우려도 없지 않다"고 견제했다.
여야의 법사위·예결위 쟁탈전이 계속된다면 법정 개원시기를 맞추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국회법상 국회 개원은 국회의원 임기 개시 7일 뒤 하도록 돼 있다. 21대 국회가 오는 30일 임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의장단 선출은 6월5일, 상임위원장 선출은 6월8일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1994년 이 규정이 마련된 뒤 역대 국회에서 법정 시한을 지킨 사례는 없다. 매번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원 구성을 두고 줄다리기가 길어진 탓이다. 여야가 나눠야 하는 상임위원회는 17개, 예결위원장까지 더하면 총 18개다. 관례상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것을 고려하면 177석의 민주당이 11~12개, 103석의 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은 6~7개를 받게 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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