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년간 스페인 독감 등 4차례 팬데믹 덮쳐
1957년 아시아 독감으로 세계 GDP 3.1%나 줄어
스페인 독감 3차례 대유행… 세계인구 30% 감염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는 악마가 강림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졌고, 악마는 결국 세계를 장악했다."
훗날 역사가들은 코로나 19를 이렇게 기록할지 모른다. 코로나 19 팬데믹(세계 대유행)은 그렇게 강렬했다. 마치 인기를 끈 시리즈 '왕좌의 게임' 속 겨울 악마처럼 코로나 19는 형체없이 세상을 흔들었다. 하지만 진정한 역사가라면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이 첫 팬데믹이 아님을 잘 안다.
역사 속 팬데믹은 이미 수차례 있었다. 왕좌의 게임 겨울 악마가 이미 한 차례 나타나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듯 근 100년 사이 세상은 코로나 19 이전 이미 세 차례 독감 바이러스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팬데믹은 그 때마다 세상을 바꿨다. 세상을 휩쓴 악마의 발길에 사람들의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경제적인 변화도 컸다. 코로나 19의 권능에서 체험하듯 누구는 그 속에서 망하고 누구는 그 속에서 흥했다. 사람들은 그 것을 팬데믹의 경제학, '팬데노믹스'라 부른다. 코로나 19의 팬데노믹는 어떤 모습일까? 과거의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분명한 교훈은 "팬데믹은 받드시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또 "모든 팬데믹은 2차 유행기를 가졌다"는 점이다. 코로나 19 생활 방역에 경계를 늦출 수 없도록 하는 대목이다.
◇4차례의 팬데믹 = 최근 100년 새 펜데믹은 크게 네가지다. 지난 1918년~1920년 창궐한 스페인 독감, 1957년~1958년 유행한 아시아 독감이 그 것이다. 지난 1968년~1969년 사이 홍콩 일대를 휩쓴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펜데믹이 그 것이다.
모두 한 번 발생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경제적 타격이 컸던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세계 증시가 그 때마다 폭락했다.
이들 팬데믹들은 전염력, 감염률, 치명률에서 차이가 있다. 전염력은 2009년 신종 인를루엔자를 제외하고는 20세기 팬데믹들은 모두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감염률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월등히 높았다. 치명률 역시 스페인 독감이 월등히 높았다. 나머지 팬데믹들의 치명률은 스페인 독감의 10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사 속 팬데믹들의 공통점은 모두 2차례 이상의 대유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역대 가장 무서운 팬데믹이었던 스페인 독감은 무려 3차례 대유행이 있었다. 1957년 아시아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는 백신이 신속히 개발돼 피해가 적었다.
◇경제를 갉아먹다 = 지난 1957년 발생한 아시아 독감은 인를루엔자 A바이러스 H2N2형이었다.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1957년 1차 대유행, 1958년 1~2월 2차 대유행을 해 100만~2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월드뱅크는 이 펜데믹으로 세계 총생산(GDP)의 3.1%가 줄었다고 추산했다.
1957년 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5%가량 빠졌다. 다우존스지수가 30%가량 감소했다 반등하기도 했다.
1968년 7월 홍콩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됐다. 1968년 12월 정점을 이뤘고 이듬해인 1969년 1월까지 정점이 이어졌다. 이 팬데믹으로 전 세계 100만 명 가량이 사망했다. 2차례 대유행이 있었고 이로 인해 세계 GDP가 7% 가량 빠졌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는 그해 4월 미국에서 발생했다. 2009년까지 두차례 대유행을 일으켰다. 전세계 11~21%가량이 감염됐지만 치명률이 낮아 세계 2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종 인플루엔자는 청소년들의 감염률이 높았다는 게 특징이다.
◇공포의 스페인 독감 = 역대 최악의 팬데믹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이었다. 1918년 봄에 발생해 1920년까지 3번의 대 유행이 있었다. 당시는 세계 1차 대전이 있었던 시기여서 대규모 병력의 이동이 독감의 세계적 유행을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기 감염이 특징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확산됐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전 세계 인구의 30%가 순식간에 감염됐다. 치명률도 높아 사망자도 많았다. 최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전세계 3900만 명이 숨졌다. 이는 당시 세계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1918년에만 2640만 명이 숨졌고, 1919년 940만 명, 1920년에는 310만 명이 숨졌다.
월드뱅크는 스페인 독감은 세계 총생산(GDP) 약 5%를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한다. 또 다른 연구들은 스페인 독감이 세계 GDP를 6% 감소시켰고 소비는 8% 수준으로 감소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심지어 10%가량의 GDP 감소가 있었다는 연구들도 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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