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또 다른 공포, 슈퍼 박테리아](http://contents.dt.co.kr/images/202005/2020052902102269660001[1].jpg?var=3519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또 다른 공포, 슈퍼 박테리아")
흔히 세균이라고 번역되는 1개의 세포로 구성된 박테리아는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를 보존하는 핵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고 그 정보에 따라 다양한 생명 활동 즉, 영양분을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며 섬모 혹은 편모를 이용해 이동하고 세포분열을 통해 증식하는데 필요한 각종 장기들을 포함한 생명체다. 특히 적당한 온도와 수분 그리고 영양분이 공급되면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는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하려고 한다.
세균은 자연계에서는 죽은 동식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사람의 장 속에는 약 100조에서 1000조 정도의 세균이 생존하면서 사람과 공존하고 있다. 유산균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일찍부터 알려졌지만 당뇨, 동맥경화, 우울증 및 비만에도 장내세균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세균 혹은 박테리아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더러움, 비위생적인 환경, 감염병 등의 이미지다. 그 이유는 흑사병, 결핵, 콜레라와 같이 과거에 심각했던 병과 피부 염증 감기, 폐렴, 장염 등과 같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질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1941년 페니실린의 첫 성공을 시작으로 다양한 항생제들이 개발되면서 인체에 해로운 감염병들이 치료된 결과 사람의 수명은 급속히 늘어났다. 그런데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이 노벨상 수상 강연에서 '앞으로 페니실린을 누구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해 세균들이 내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항생제들의 내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단세포 생명체이기에 다양한 상황에 대해 쉽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 승용차는 각종 검사장비와 부품 그리고 전문가가 있어도 고치기 힘들지만 자전거는 상대적으로 수리하기 수월한 것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생명체가 살기 힘든 깊은 바다 속 심해나 섭씨 100도의 뜨거운 온천 및 건조한 사막에서도 단세포 생명체가 발견되듯이 극한 상황에 맞춰 진화할 수 있는 능력은 고등동물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또 다른 공포, 슈퍼 박테리아](http://contents.dt.co.kr/images/202005/2020052902102269660001[2].jpg?var=3519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또 다른 공포, 슈퍼 박테리아")
특히 사람의 몸에도 호흡기는 산소가 풍부한 반면 소화기는 따뜻하면서 영양분이 풍부하지만 산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장기에 따라 주로 병을 일으키는 균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세균에 의한 염증이 생기면 균 배양 검사와 함께 가장 가능성이 높은 균에 대한 항생제를 투여했다가 균 배양 검사 결과를 보고 다시 처방을 조절하게 된다. 그런데 내성이 없는 항생제를 투여해도 2, 3주 치료하는 사이에 균이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을 정도로 세균의 적응력이 뛰어난 것이 심각한 문제다.
다행히 한 가지 종류의 항생제가 비교적 여러 가지 종류의 박테리아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수많은 세균 종류에 따른 각각의 항생제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과거에 효과적이었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균이 나오면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돼 왔지만 이제는 어떠한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소위 '슈퍼 박테리아'가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커다란 이슈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지만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인 WHO의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전세계 제약회사에서 개발 중인 50개 항생제 중에서 슈퍼 박테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후보 물질이 없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제는 기존의 항생제가 아닌 새로운 치료법으로 세균과 맞서야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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