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등 '국가혁신 4법'
곳곳 갈라파고스 규제 도사려
시대에 안맞는 법·제도 산적
지침·가이드도 규제로 작용
정부·국회·기업 머리 맞대야
연합뉴스
21대 국회가 개원을 해놓고도 '자리다툼'에 개점 휴업상태다. '동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20대 국회를 경험했던 국민들의 마음은 착찹하기만 하다. "정치가 이 판이니, 2019년 우리 경제는 무엇하나 좋은 게 없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는 게 국민들의 한탄이 21대도 이어가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가 깊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사회의 저력은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속에 'K방역'이라는 브랜드를 낳을 정도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기회를 정말 우리 사회 새로운 발전의 디딤틀로 삼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법·규제 혁신에 4년간 올인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생활·산업·사회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나설 전망인 가운데, 코로나19로 높아진 국가 위상을 기회로 연결하려면 디지털혁신을 통해 국내 생태계부터 혁신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승부하려면 국내 성공사례 확보가 필수인 만큼, 곳곳에 숨은 '갈라파고스적 규제'와 시대에 맞지 않은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데이터 3법, SW(소프트웨어)진흥법,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국가정보화기본법 등 디지털 혁신법이다.
이들 4개 법은 데이터·기술패권 시대에 승부하기 위한 국가 전략과 철학을 담은 만큼 '국가혁신 4법'이라 할 만하다. 20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앞서 지난 1월에는 데이터 3법, 지난달 20일에는 나머지 3법이 통과되면서 변화를 위한 밑그림은 완성됐다. 이제 소관부처가 주도해 만드는 시행령, 시행규칙에 기존 생태계를 확실히 바꾸는 혁신적 내용이 담기도록 정부 부처와의 공조와 견제가 필수적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SW·ICT 산업은 데이터 주도권과 직결되고, 한발 더 나아가 경제·정치 주권으로 연결된다"면서 "데이터 산업과 국가경제 차원에서 SW·ICT 정책 이슈를 들여다 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도록 국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4개 법 중 데이터 3법이 시행령까지 나오기는 했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너무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데이터 3법 중 핵심인 개보법(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모호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산업성장이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데이터 3법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게 골자다. 그런데 개보법 시행령에서 개인정보 추가 이용·제공을 위해 당초 목적과의 상당한 관련성, 추가 이용 예측 가능성, 제3자 이익침해 방지, 가명처리 의무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규정, 원래 법 조항보다 더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개보법 시행령은 연계정보 생성기관과 결합전문기관 두 곳을 거치도록 규정해 신용정보법보다 까다롭다.
전문가들은 법이 개정돼도 시행령·고시 등에 취지와 다른 조항이 담기면 도리어 독소조항으로 작용하는 만큼, 깜깜이식 작업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 산업계의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기정통부 고위공무원 출신 A교수는 "시행령·고시 외에도 지침, 가이드라인 등 법적 효력이 불명확한 각종 기준이 전 분야에서 실질적인 규제로 작동한다"면서 "이같은 지침과 가이드라인은 정부부처 홈페이지 등에서 제대로 내용이 공개되지도 않은 채 실제 정책현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만큼, 사전에 전수조사해 개선 로드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IT 벤처기업가 출신 이영 미래통합당 의원(비례대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ICT(정보통신기술)와 혁신기술이 뒷받침하지 없으면 제조업에 의존해온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 면서 "20년간 진일보하지 못한 SW 제값받기 부터 시작해 국가 정책에서 SW·ICT 비중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기업들이 성장을 이끌도록 제대로 된 국가 어젠다를 만들고 속도감 있게 결과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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