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칼럼] `참`과 `거짓` 어느 편에 설 건가

박양수기자 ┗

메뉴열기 검색열기

[박양수 칼럼] `참`과 `거짓` 어느 편에 설 건가

박양수 기자   yspark@
입력 2020-06-02 18:52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그는 여론을 무시한다. 그는 사회의 모든 현존하는 도덕을 경멸하고 혐오한다. 도덕은 혁명의 위업에 공헌하는 모든 것이며, 부도덕과 범죄는 그것에 대항하는 모든 것이다." 1980년대 학생 운동권의 필독서였던 '네차예프의 혁명가 교리문답'의 한 대목이다. 러시아 무정부주의 혁명가였던 네차예프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악령'의 실제 모델이었다. 그는 오로지 혁명만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다 하는 괴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정, 우정, 감상적인 생각, 정직 등 연약한 감정은 버리고 부도덕과 범죄도 주저해선 안 된다고 가르쳤다. 섬뜩한 교리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몰(沒)염치와 반(反) 윤리가 정의와 개혁으로 둔갑해 비호받는 게 예사롭게 됐다.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고, 범죄를 저질러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빠져 나가는 '기득권층'이 생겼다. 높은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조차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세상이다. 착한 척, 정의로운 척하며 국민을 기만하던 인사가 어느 날 국회의원으로 변신하는 기막힌 일도 현실이 됐다. 더 가소로운 건 죄는 자신이 지었는데, 거꾸로 남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 배후엔 항상 음모론자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 본질을 흐리는 거짓 스토리로 역공을 펼친다는 사실이다. 이를 매번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울분과 무기력감에 억장이 다 무너져 내린다.
요즘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보면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는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이후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적도, 뉘우친 적도 없다. 세상 사람 모두가 벌거벗은 자신을 보고 손가락질하는 데도 잘못이 없다고 뻔뻔하게 발뺌한다. 국회 사무실에 축하난을 받고 활짝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다. 수치심이라곤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후안무치의 극치다.

'조국 사태'처럼 이번에도 몇 가지 단골 프레임이 등장했다. 윤 의원의 비리를 지적하는 비판자들에게 '토착왜구' 주술을 씌우기다. 이번 사태의 문제의 본질은 윤 의원 자신의 회계비리인 데도 말이다. 친일, 반(反)인권, 반(反)평화는 진보 진영이 보수 성향 인사를 공격할 때 주로 사용하는 프레임이다.

그래선지 조국 사태와 정의연 비리 의혹사건으로 인한 언어의 심각한 오염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의와 평화, 인권이란 순수한 용어가 '비리', '친북', '진보 인사 보호'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를 본래적 의미로 쓰지 않고, 본질을 은폐하기 위해 사용한 데서 나온 폐해다.


윤 의원의 경우 더욱 고약한 점은 법망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21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11일간의 잠행을 깨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국회가 열리면 회기 중 불체포특권·면책특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걸 노린 처사로 보인다. 특히 "부족한 점은 검찰조사와 추가 설명을 통해 한 점 의혹없이 소명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없다. '조국 사태' 때도 한 두 번 들은 얘기가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의 법치주의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윤 의원과 정의연 사태는 패거리 정치문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동료의원들의 윤 의원 감싸기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을 좌절케 한다. 3류 깡패보다도 못한 그들만의 '의리'가 인간성을 파괴하고, 나라를 피폐하게 하며 더 나아가 국제평화까지 위협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 '참'과 '거짓'의 전도된 가치관이 혹세무민하는 세상이다. 정의의 가면을 쓴 거짓이 진실인양 국민을 속이고, 세상을 현혹한다. 두 눈 부릅뜨지 않으면 안된다. 자극적이고 반복적인 선전선동술의 진실을 꿰뚫어 보지 못하면 주술(프레임)에 당한다. 돈과 명예욕에 굶주린 음모가의 현란한 마술에 전 국민이 수십년 간 속지 않았는가.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다. '조작된'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