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칼럼] `1달러 삐라`에 겁먹는 北, 뭐가 그리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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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1달러 삐라`에 겁먹는 北, 뭐가 그리 두려운가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0-06-09 19:13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대북전단이 북한에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대수롭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길길이 뛰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9일 정오부터 모든 남북 통신연락선을 폐기하고 '대남사업'을 적대(敵對)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7일에는 노동신문이 "표현의 자유 따위를 떠벌이며 아닌보살하는(시치미 떼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꼬락서니"라며 "이 더러운 개무리들이 눈앞에 있다면 당장 철퇴로 대갈통을 부셔버려도 시원치 않겠다"고 했다. 명색이 북 최고 권위 기관지라는 곳에서 저잣거리 애들이나 쓰는 욕지거리로 화풀이를 한 것이다. 4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북전단에 대해 막말을 쏟아내며 '전단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대북전단이 최근 평양에 대규모로 뿌려진 데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대북전단(삐라)을 실은 드론이 평양에 추락하면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대북전단이 북한의 취약점으로 확인된 이상 남북 대화와 협상에서 이 점은 우리에게 주어진 카드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더 경색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 시설 철거도 예상된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원칙 천명이다. 칼자루는 우리가 쥐었다. 섣불리 요구를 들어주면 안 된다. 주민에 대한 폭압을 거두고 미사일 실험 등 도발을 않으면, 대북전단도 줄어들 거고 정부도 적극 만류하겠다고 좀 여유를 부리며 설득할 필요가 있다. 북 정권은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달래면 성과가 없진 않을 것이다. 급한 쪽은 북 정권이기 때문이다.
대북전단을 띄워 보내는 북한자유화 단체들의 목적도 북 김씨 일가에 사감(私感)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닐 것이다. 대북전단의 목적은 북한 주민들에게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알리고 북 정권으로 하여금 인권을 개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동봉한 1~2 달러 정도의 현금을 통해 미미하지만 생계에 도움을 주려는 데 있다. 대북전단의 효과가 나타나는 조짐도 보인다. 8일 보름만에 공개행사에 나온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시민의 생활 향상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생활 향상' 문제를 거론한 것은 평양 시민들의 생활여건이 나빠지는 와중에 '삐라'까지 살포되면서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어서일 것이다.

북 입장에서는 대북전단이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침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 따라 북한 지역은 대한민국 영토다. 자기 주장을 담은 전단을 날리는 것은 위법도 위헌도 아닌 자연법적 천부의 '자유'다. 이른바 자유권 중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북한이 극도의 폐쇄 사회로서 달리 진실을 알릴 방법이 없기에 불가피하게 전단을 공중으로 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통일부는 김여정 담화가 나온 지 4시간여 만에 대북전단에 반대한다며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했다. 여권은 대북전단 금지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김여정 하명법'이 되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군까지 동원해서라도 대북전단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인을 군이 나서서 막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군이 그렇게 한가하단 말인가. 대북전단은 사상전 측면에서 보면 군사작전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 남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체제를 선전하며 월남·월북을 종용하는 확성기 방송을 하지 않았나. 군이 대북전단을 막는 건 이적행위다.

한국전쟁의 휴전협정 수석대표였던 미국의 찰스 터너 조이 제독은 '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나'(How Communists Negotiate)라는 책에서 "공산주의자와의 협상에서는 크든 작든 똑같이 양보를 요구하는 상호주의를 고수하라"고 했다. 힘만이 공산주의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1달러 삐라'에 겁먹는 북한 정권, 뭐가 그리 두려운가. 더 이상 굴종적 자세를 버리고 당당해져야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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