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디지털전략부 차장
![[DT현장]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006/2020061602102269607001[1].jpg?var=3329 "[DT현장]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요 며칠 잇따라 발생한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이에게 가해진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만해도 소스라쳐진다. 2년전 고준희양 학대 암매장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발생한 잇딴 아동 학대 범죄에 온 사회가 화들짝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정 전수조사가 어려워진 때에 아동 학대 사건이 제대로 포착되지 못하고 있는 탓도 크다. 가장 최근 통계인 복지부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은 2만4604건 발생했다. 하루 평균 67건이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지만 이를 통해 다 같이 생각해볼 만한 법 조항이 있다. 바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 즉 친권자가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징계권에 대한 규정이다. 징계권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되면서부터 만들어졌다. 민법 제915조엔 친권자는 자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징계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 이 법조문은 62년 동안 질긴 생명력을 유지한채 아동학대 사건이 있을 때마다 훈육이냐 폭행이냐 논란을 불러왔다. 법 규정만 보면 훈육 목적으로 체벌해도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때린 게 아니라 징계했다"고 발뺌할 근거가 됐다.
정부도 논란이 커지자 법규정을 바꾸겠다고 했다.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징계권이라는 명칭 역시 '훈계권' 등의 이름으로 바꾸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우려도 크다. '사랑의 회초리'는 이제 영영 못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징계권까지 손질해야 한다는건 너무 나가는 발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상식을 벗어난 극악한 행위에 대해 처벌을 더 강화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6.8%가 여전히 체벌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이에게 꿀밤도 때리지 못하느냐는 비아냥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해외 사례는 어떨까. 부모에게 아이에 대한 징계권을 인정한 나라는 이제 우리나라 뿐이다. 일본은 지난 3월 10세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징계권 규정을 고쳐 6월부터 아동학대 방지법을 시행중이다. 일본도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을 용인해 온 게 그동안 사회 분위기였다. 가해자가 '시스케(예의범절을 가르치는 훈계)'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회적 용인 수준을 뛰어넘자 자녀체벌 금지를 명문화하게 됐다.
일본의 개정법은 처벌 규정은 없지만 부모 등 친권자가 아이를 훈계할 때 체벌해선 안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가정 교육 명분의 아무리 가벼운 체벌이라도 못하게 했다. 가령 숙제를 하지 않는다거나 못된 장난을 쳤다는 이유 등이라 하더라도 뺨이나 엉덩이 때리기, 장시간 무릎 꿇리기, 밥 안 주기 등은 이젠 해선 안된다.
서구권은 아동 체벌금지원칙이 일찍 확립됐다. 1979년 스웨덴을 비롯해 이미 59개 국가에서 부모는 어떠한 이유로도 아동을 체벌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독일 등 상대적으로 아동복지가 발달한 유럽 국가들 뿐 아니라 코스타리카·남수단 등 다양한 국가들도 동참했다. 그러나 미국처럼 여전히 '훈육적 체벌'을 인정하는 국가도 있다.
엄격한 훈육을 강조해온 프랑스도 지난해 뒤늦게 체벌금지 행렬에 합류했다. EU 회원국 중 32번째, 전세계 56번째다. 프랑스는 19세기 초 나폴레옹 때 자녀징계법을 만들었다. 이 법은 아버지가 자식을 감옥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살벌하기까지 했다.
"부모의 권위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 없이 행사돼야 한다." 프랑스 체벌 금지법엔 이렇게 명시돼 있다. 폭력 범죄의 이면엔 어쩌면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받은 가혹한 체벌의 상처가 직간접적으로 녹아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을 살뜰하게 보호하고 훈육하는 것이 체벌금지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한다. 체벌금지 방안에 대한 찬반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라도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이 하루속히 나오길 기대한다.
김광태 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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