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사의 철회 권유에 선회
"민주,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라"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해 칩거에 들어갔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복귀를 시사했다.
한없이 늘어지고 있던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새 국면을 맞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21일 주중 국회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6개의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자 사의를 표명하고 원 구성 협상 중단을 비롯해 모든 원내 일정에 불참했다. 민주당이 수적우세를 앞세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등 통합당을 압박해오자 '전략적 공백'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주 원내대표가 있는 충북 법주사까지 찾아가 사의 철회와 복귀 등을 권유한 데 이어 초선 의원들도 21일 주 원내대표를 찾아가 복귀를 요청하자 마음을 바꿨다.
주 원내대표는 복귀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으나 "주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의 복귀가 곧바로 원 구성 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주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단독 선출 등을 묵과할 수 없다고 워낙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돌아가도 원 구성 협상을 하지 않겠다. 민주당에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라고 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원점으로 돌리고 법사위원장을 통합당에 배분하지 않는 이상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 민주당이 실제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맡을 경우 모든 정치적 결과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파고 든 한 수로 읽힌다. 통합당은 의사일정과 상임위원장 배분, 직권상정 등을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로 결정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민주당은 주중 원 구성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3일까지는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끝내겠다는 수정 시간표를 내놨다. 21대 국회가 문을 연지 20일이 넘었는데도 원 구성이 채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4일 국회로 넘어온 3차 추경 심사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이상 국회 정상가동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영진 민주당 총괄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와 남북문제, 3차 추경 등 국가비상상황임에도 국회는 아직 정상가동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주중으로 추경을 처리할 수 있도록 원 구성을 마무리하는데 최선의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3차 추경 마지노선을 다음달 3일로 잡고 있다. 김 총괄원내수석부대표는 "35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에 온지 2주가 넘었다"면서 "1·2차 추경으로 지원했던 자금이 이번달 말, 다음달 초에 고갈되면 경제 모세혈관이 굳어버릴 수 있는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3차 추경이 시급하다"고 조바심을 보였다.
3차 추경을 다음달 3일가지 처리하지 못한다면 경제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추경예산이 지자체로 넘어가 집행되는데 필요한 기간이 두달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산 공백기가 빚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의 복귀로 원 구성 협상이 재개한다 하더라도 21대 국회가 추경 처리의 선결조건인 원 구성까지 순탄치 않을 경우 제 때 추경안을 심사하고 의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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