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與, 33년만에 상임위원장 독식… `거꾸로 간` 의회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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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與, 33년만에 상임위원장 독식… `거꾸로 간` 의회 민주주의

김미경 기자   the13ook@
입력 2020-06-29 18:56

20대보다 더 한 정쟁의 장 우려
여당의 온전한 책임국회 만들어
통합당 "결국 의회독재 선포해"
민주당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협치는 실종됐다"
21대 국회가 끝내 176석 거대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문을 열게 됐다.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고 출범한 21대 국회가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오갔던 20대 국회보다 더한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29일 국회법상 국회 부의장 협의가 필요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사실상 내각제와 비슷한 여당의 온전한 책임국회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국정과제 입법화에서 20대 국회를 뛰어넘는 성과를 낸다면 과실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지만, 반대로 실수와 실패를 용납받을 수 없는 양날의 검 위에 서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여당 독재' 프레임을 무기 삼아 대여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의 노림수는 민주당의 자책골이다. 통합당이 알짜배기라 할 수 있는 7개 상임위원장을 걷어차면서까지 법제사법위원장 사수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던 명분은 정부·여당 견제였다. 그러나 견제장치가 사라진 여당의 독주와 그로 인한 실책은 통합당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신 통합당은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무대를 잃었다.



여야는 비정상적인 21대 국회 원 구성을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이 결렬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은 (법사위원장) 2년씩이라도 여야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마저도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협상을 걷어찬 것은 민주당이라는 뜻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결국 의회독재를 선포했다"며 "통합당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정책대안과 합리적인 비판으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21대 국회에 임하겠다"고 거들었다. 야당 몫의 부의장으로 내정됐던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부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입장은 통합당과는 다르다. 김 원내대표는 "28일 늦게까지 이어진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지만 29일 오전 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통보해왔다"면서 "21대 국회를 좌초시키고 민생에 어려움을 초래한 모든 책임은 통합당에 있다"고 반박했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통합당은 끝내 민주당과의 약속도, 국민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5번의 양보에도 꿈쩍하지 않았다"며 "통합당은 아직도 무작정 발목잡기라는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여야가 네 탓 공방에 힘을 쏟고는 있지만 여야 모두 민주화의 퇴행이라는 따끔한 회초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전두환 정권 말기였던 1987년 1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33년 만의 일이다. 민주화 이후로는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3대 국회부터는 교섭단체 간 의석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했던 관례를 지켜왔다.

장우영 대구카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민주화 이후에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어 매우 당황스럽다"며 "개인적으로 유감이다. 상당히 정치적으로 퇴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우리가 추구해왔던 합의제 민주주의가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현재 집권당인 민주당은 상당히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고 있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공고한 편이라 당장 민주당으로서는 나쁠 게 없을 수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대선까지 초당적으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현안이 생긴다면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책임정치는 잘하면 성과를 독식하고 못하면 책임이 커지는 구조"라며 "민주당이 책임지고 효과적인 입법활동을 한다면 합격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독주와 독선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입법만 하려 한다면 패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통합당은 국회 내 야당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상임위원회를 내준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면서 "상임위원장 거부는 소극적 보이콧, 소극적 장외투쟁의 형태를 띄고 있다. 통합당의 변화를 바랬던 국민들의 기대가 어그러졌다"고 짚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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