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슈퍼여당과 세 번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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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슈퍼여당과 세 번의 위기

김미경 기자   the13ook@
입력 2020-06-29 18:56

김미경 정경부 기자


김미경 정경부 기자
트로트 열풍이다. 단순히 열풍이라고 하기에는 토네이도에 버금가는 화력이다. 평소 트로트를 즐겨듣는 취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눈으로, 귀로 미스터 트롯 탑7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즐겨 찾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트로트 레전드로 꼽히는 장윤정씨가 이들에게 조언을 남기는 장면을 보게 됐다. 장윤정씨는 이들에게 "앞으로 첫 유명세의 위기, 첫 정산의 위기, 첫 슬럼프의 위기 등 세번 큰 위기가 올 거다. 세번의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고 했다.


유명세를 얻었을 때 일명 '연예인병'에 빠져 초심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 정산 후 깜짝 놀랄만한 큰 돈을 받게 됐을 때 주변에서 많은 유혹의 손길을 뻗칠 수 있다는 점, 슬럼프에 빠져 재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위기관리를 당부했다. 장윤정씨의 조언은 가수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 대부분을 수긍하게 만들었을 걸로 생각한다. 비단 가요계에만 국한된 조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TV를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엄청 잘나가고 있는 '슈퍼여당'이 장윤정씨의 조언을 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장윤정씨의 위기관리 공식을 21대 국회에 대입해봤다. 4·15 총선은 180석(현재는 176석)이라는 거대여당, 슈퍼여당을 탄생시켰다.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을 다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손 안에 떨어진 것이다. 민주당 역시 세번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21대 국회 출범 한 달을 돌아보니 예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윤정씨가 언급한 세번의 위기 △유명세 △정산 △슬럼프를 정치에 맞게 치환한다면 △당선(승리) △의석수(권력) △지지율의 늪 정도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로 민주당은 아직 4·15 총선의 승리에 취해 있는 듯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4·15 총선이 끝난 뒤 자주 입에 올린 단어는 '겸손'이었다. 국민에게 오만하게 보이면 4·15 총선의 대승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후한 평가를 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겸손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태섭 전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낸 것을 징계했고,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등의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검찰 조사를 핑계로 회피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재수사를 주장하면서 임기가 보장돼 있는 검찰총장의 사퇴를 서슴없이 요구했고, 원 구성 협상이 질질 늘어지자 상임위원장 18석 독식 발언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둘째로 민주당은 의석수의 힘을 과신하는 듯하다. 21대 국회 개원과 국회의장 선출, 원구성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것은 협상과 협치보다 의석수 밀어붙이기에 가까웠다. 국회 정상화보다 법제사법위원장 사수에 목숨을 걸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잘했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민주당에 절대 과반이라는 힘을 밀어준 것은 야당을 무시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오간 20대 국회보다는 더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의석수로는 176대 103석으로 58.7% vs 34.3%지만, 실제 4·15 총선 득표율은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이 49.9%, 통합당이 41.5%였다. 민주당이 통합당을 무시하거나 아예 배제한다면 40%의 국민을 무시하고 배제하는 것과 같다. 권력을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면 현명한 리더가 되지만 마구 휘두르면 독재가 된다.

셋째로 지지율의 늪을 경계해야 한다. 지지율의 등락은 국민이 보내는 신호다.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 여론이 어떤 지점에서 반응했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지지율 고공행진은 특히나 경계 대상이다. 높은 지지율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지지율 하락은 경계경보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더라도 무당층 혹은 특정 계층이 이탈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콘크리트 반대층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최근 시작된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요원 정규직 전환과 같은 논란은 민주당이 본질을 잘 짚어야 한다. 연봉 5000만원짜리 로또채용이라는 가짜뉴스로 촉발된 논란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청년들이 가진 불만은 공기업이라는 안정된 일자리(연봉의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게 아니라)에 채용될 수 있는 기회의 박탈감이다. 민주당이 가짜뉴스나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만 따져 보완책을 내지 못한다면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전체의 정규직 전환으로 논란이 번질 수 있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이다. 승리의 기쁨에서 빠져나와 손에 쥔 권력을 신중히 다루고 국민과의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국민이 바라는 여당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미경 정경부 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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