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들어선 홍콩…대규모 자본유출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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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제로` 들어선 홍콩…대규모 자본유출 시작되나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20-06-30 14:22
국제금융도시 홍콩 스카이라인[EPA=연합뉴스]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의 미래가 시계제로에 들어섰다.


미국 정부가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홍콩경제의 양대 생명줄로 꼽히는 '중계 무역'과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특히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의 홍콩 이탈과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어 중국 본토와는 차별화된 교역 특권을 누렸던 홍콩의 도시경쟁력이 급속도로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콩은 중국 기업의 상품 수출과 자본 수입의 관문역할을 감당했다. 중국 기업인들은 홍콩 수입상과 함께 저금리 달러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젠 이 같은 홍콩의 무역구조가 달라지게 됐다.

그러나 당장 자체적인 제조업보다는 중계무역에 의존하는 홍콩의 산업 구조상, 무역 특혜가 사라진다고 해서 치명상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미국의 수출에서 홍콩 비중은 2.2%에 불과하다"면서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조치는 대체로 상징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관건은 자본시장 부문이다.

홍콩은 1조 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이 모여 있는 글로벌 금융의 허브다. 홍콩증시는 기업공개(IPO) 자금 조달액에서 뉴욕증시와 선두다툼을 벌인다.

홍콩이 미·중 정면충돌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상황은 홍콩 자본시장의 안정성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홍콩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헥시트'(Hexit·Hong Kong+Exit)를 촉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는 홍콩달러의 가치와도 맞물려 있다. 홍콩은 1983년부터 미국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에서 통화 가치를 유지하는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홍콩의 외환시장이 흔들린다면 페그제가 위협받을 수 있고, 이는 홍콩의 금융기능을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과 홍콩 간 비자 특혜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활발한 인적 교류에 제동이 걸리면서 홍콩의 금융경쟁력은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홍콩에 아시아 지역거점(HQ)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홍콩 자본시장을 통해 서방의 돈줄을 끌어당겼던 중국기업 모두에 고민스러운 상황에 노출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결심'에 따라서는 홍콩 경제에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핵폭탄'에 비교될 수 있는 큰 충격이 닥쳐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이 홍콩의 특정 은행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상원이 최근 통과시킨 '홍콩 자치법'에 따라 향후 홍콩 자치권 억압에 연루된 것으로 간주된 중국 관리와 홍콩 경찰 등과 거래한 은행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이 가해지는 상황이 더욱 우려된다고 전했다.

과거 미국은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정권 계좌를 동결하면서 BDA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세계 모든 금융 기관이 BDA와 거래를 기피하고 고객들이 대량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 은행은 즉각 파산 위기에 몰렸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향후 '홍콩자치법'을 법제화하고 홍콩보안법에 관여한 홍콩 정·관계 인사들이 거래하는 홍콩의 주요 상업 은행 한 곳만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도 홍콩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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