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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여담] 再造山河 <재조산하>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20-07-02 18:44
[古典여담] 再造山河 <재조산하>



다시 재, 지을 조, 뫼 산, 강이름 하, 재조산하. 산하를 다시 만든다.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의미다. 변혁(變革)의 뉘앙스가 짙게 배인 말이다. TV드라마 '징비록'에서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이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에게 써주는 장면이 나오면서 회자됐다. 충무공은 왜란으로 도탄에 빠진 민생과 국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라며 서애에게 글을 건넨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상임고문 시절인 2017년 새해 사자성어로 언급하면서 또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뜻입니다. 임진왜란의 실의에 빠져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준 글귀입니다.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죽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던 충신들의 마음입니다. 지금 우리도 절박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대개조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라고 했다. 그해 10월 문 대통령은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서도 방명록에 "재조산하 징비의 정신을 되새깁니다"라고 썼다. 역사적으로 재조(再造)는 여말선초 시기 이성계에게 정도전이 국가 지배체제를 다시 만드는 수준의 변화를 하지 않으면 난국을 수습하기 어렵다며 개국을 종용할 때 쓴 말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현상을 뒤엎지 않고서는 다시 설 수 없다는 의미다.


지금 문 대통령이 자주 언급한 이 재조산하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행정부에 이어 인사를 통해 사법부를 좌지우지 하고 있고 지방권력과 주요 관변 시민단체, 언론까지 장악한 데 이어 입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국회까지 손아귀에 넣었다. 가히 '1당독재'가 완성됐다. 마음만 먹으면 재조가 아니라 '삼조' '사조'도 못할 바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시 만드는' 방향이 과연 나라의 번영, 국민 행복과 같은 방향이냐는 점이다. 그렇다고 답하는 국민이 더 많다면, 그건 대한민국의 운명이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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