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타는 목마름으로… 그리고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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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타는 목마름으로… 그리고 아이러니`

김승룡 기자   srkim@
입력 2020-07-08 18:59

김승룡 정경부 차장


김승룡 정경부 차장
어릴 적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단칸방에서 살았다. 지금처럼 장마철이면 비가 자주 샜다. 여기서 한 번 새면 저기서 한 번 새고, 새는 비를 막지 못했다. 집안은 새는 비를 담는 양푼이며 양동이로 늘 어수선했다. 아버지는 다음 날 새는 곳을 시멘트를 발라 막았다. 하지만 비가 오면 또 지붕 사이로 기어코 새어 나왔다. 어릴 적 비 새는 추억을 떠올린 건 순전히 최근 이 나라의 부동산, 주식 등에 대한 '증세 아닌 증세' 대책 때문이다.


성급한 땜질 대책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비가 여기저기 새고 있다. 주식거래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물리는 '금융투자 소득세' 신설도 그렇고, 황급히 준비해 곧 발표한다는 스물 두 번째 부동산 대책도 그렇다. 코로나19 경제쇼크로 48년 만에 한 해 3차까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까지는 뭐라고 않겠다. 올해 60조원 가량의 1~3차 추경 예산을 조달하려니 적자국채를 35조원 가량 찍어내게 생겼다. 이걸 포함해 올해 발행할 총 적자국채만 1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2018년까지만 해도 세금이 잘 걷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악화에 세수가 줄었다. 올해 1~5월까지만 세수 감소분이 21조원이 넘는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엄청 늘렸으니 나라 재정 상황은 들여다보나 마나다. 급한 정부가 세수는 늘려야겠는데, 코로나19로 흉흉한 상황에 눈치 없이 '증세' 한다고 하긴 어려우니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쪽으로 머리를 굴렸다.
금융소득 많은 자, 부동산 많은 자에게 왕창 세금을 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금융투자 소득세요,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과 올해 6·17 대책에 이어 곧 나올 스물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는 "절대 증세 아냐"라고 하지만, 사실상 증세 효과가 있으니 증세와 다름 아니다.

정부는 금융투자 소득세를 오는 2022년부터 부과키로 했다.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 상품의 1년간 수익과 손실을 합산해 2000만원 이상 수익이 나면 20% 이상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다. 2023년부터는 개인 주식투자자도 200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 양도세를 20% 이상 세율로 내야 한다.

당장 동학개미 투자자들이 부글부글 끓었다. 증권거래세를 0.25%에서 0.15%로 낮추지만 그대로 유지하고, 양도세까지 내라니 '이중과세' 아니냐는 것이다. 또 개별 주식 투자로 번 수익에는 2000만원까지 공제해주지만, 주식만 투자하는 펀드에 공제가 없는 '형평성' 논란까지 낳았다. 급하게 내놓은 대책에 구멍이 없을 리 없다.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좋다. 그런데 재정 확대에다 0.5%라는 역대 최저 금리에 시중 유동자금이 넘쳐나는데, 부동산 틀어막고 증시까지 틀어막으면 그 많은 자금은 어디로 가나. 유망 투자처 찾아 해외로 달아난다. 그래놓고 한다는 말이 "2023년부터 적용하니까 그 전까진 괜찮아요"다. 월급쟁이들 쏠쏠한 금융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라곤 이제 증시가 거의 유일한데, 그 꿈마저 깨버렸다.

부동산 대책은 더 가관이다. 그동안 모두 스물 한 번의 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이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 상승률은 52%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의 배가 넘었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밑돌자 청와대와 관련 경제부처에 난리가 났다. 지지율 하락이 부동산정책 실패 탓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지금 최대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 부담을 강화하라", "곧 내놓을 부동산 추가 대책까지 포함해 국회에서 신속히 입법해달라" 등 부동산 규제 강화를 주문했다.


정부와 여당은 집 살 때 내는 취득세는 물론 팔 때 내는 양도세,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종합부동산세를 모두 올리는 것으로 스물 두 번째 대책의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급기야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1년 내 단기 매매시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소득세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이미 정해져 있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으니 공급을 늘리면 될 일이다. 수요를 누르는 규제로 매번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꼬이고, 갈수록 악수를 두게 된다. 정책의 맥락도, 연속성도, 정합성도 없는 마구잡이 "때려잡자" 식이다.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양도세를 한시 인하해 퇴로를 열어준 뒤 세금을 올려야지, 앞뒤 안 재고 그냥 다 올리면 어느 정신 나간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겠나. 퇴로를 차단한 토끼몰이식 규제로 토끼 다 잡으면 집값이 다 잡히나. 대부분 토끼는 굴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주택 물량은 그만큼 더 줄어든다. 물량이 줄어드니 집값은 더 오르고, 서민 전월세 값도 덩달아 오른다. 누굴 위한 대책인가. 퇴로 없는 증세에 서민만, 개미만 죽어난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혜택도 3년 만에 없애기로 하고, 세금을 소급 적용해 받기로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주택자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 감면해준다고 해서 등록했더니, 이제 다주택자 파악했으니 세금 왕창 때려 잡겠다는 건가. 이 무슨 맥락 없는 뒤통수 대책인가.

국회 국토위와 기재위 소속 국회의원 30%가 다주택자다. 여당 의원 177명 중 40명이 다주택자다. 소위 80년대 운동권이 주류를 이룬, 스스로를 진보라 부르는 집권 세력이 스스로도 돈과 권력을 탐하면서 이율배반적 정책을 쏟아낸다. 오죽하면 80년대 민중가요 스타인 가수 안치환이 이런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다니겠나. '일푼의 깜냥도 아닌 것이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싸구려 천지 자뻑의 잔치뿐. 꺼져라 기회주의자여.'(아이러니)

김승룡 정경부 차장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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