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홍콩이 죽었다, 다음은 대만이다

입력 2020-07-08 18:59

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홍콩이 죽었다, 다음은 대만이다 — 박영서 논설위원

지난 7월 1일은 3개의 기념일이 겹친 날이었다. 중국 공산당 창건 99주년과 홍콩 반환 23주년을 맞은 날이었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시행한 날이기도 했다. 홍콩보안법 전문이 공개된 시각은 법 시행 불과 52분 전인 6월 30일 오후 11시 8분이었다. 홍콩의 명운이 걸린 법을 홍콩 시민들은 시행 52분 전에야 알았다.

홍콩보안법은 한 마디로 반정부 활동 단속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이 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외국이나 외부 세력과의 결탁을 국가안전을 위해하는 범죄로 규정한다. 가장 큰 특징은 적용 영역이 매우 넓다는 점이다. 무엇이 범죄에 해당될지는 당국의 판단에 달려있어 남용될 여지가 크다.
예를 들자면 홍콩 자치를 주장하면 국가 분열을 획책한 것이 되고, 공산당 독재에 이의를 제기하면 정권 전복을 시도한 행위가 된다. 시위를 벌이면 테러 활동을 한 것으로 간주되고, 외국의 언론이나 정부기관과 관련되면 국가반역죄가 될 수 있다. 최고형은 무기징역이다. 평화적 시위 조차 외국세력과 관계하고 있다고 증명될 경우 1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홍콩보안법이 갖는 위력은 금세 드러났다. 7월 1일 9명의 시위자가 이 법에 의해 체포됐다. '홍콩 독립'이라고 쓰인 검은 깃발을 소지한 한 남성에게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가 첫번째로 적용됐다. 홍콩 독립 깃발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15세 소녀도 체포됐다. 시위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이날 많은 시민이 무허가 시위에 참가했지만 예년과 같은 대규모가 되지는 못했다. 홍콩의 민주파들은 활동 정지에 들어갔고 일부 인사들은 해외로 빠져나갔다. 많은 시민들은 페이스북의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고 홍콩 밖으로 이주를 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혹자는 코로나 팬데믹 혼란을 틈타 중국이 전격적으로 홍콩을 직할통치 지역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혹자는 중국이 합리적 판단없이 무리수를 두었다고 비판한다. 이는 정확한 분석이 아닌 듯 하다. 홍콩보안법의 골격은 이미 지난해 10월말 개최된 4중전회(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결의됐다. 그로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지난 3월 5일 개막했었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마지막 날에 이 법은 심의·통과됐을 것이 분명하다.
국제사회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른바 앵글로색슨 연합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정보기관 간 정보공유를 하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상하이(上海)가 열강의 조계지가 됐고 홍콩을 뺏긴 것은 중화민족의 치욕이었다. 한 평의 땅이라도 국토를 잃는 것은 이제 허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내년은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해다. 국제적 비난이 아무리 거세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독립 기운이 있는 홍콩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또 논리보다는 감정이고, 이익보다는 '？쯔'(面子·체면)가 우선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지 23년, 홍콩은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다. 홍콩보안법이 시행되자 많은 홍콩 시민들은 "홍콩은 죽었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이 말은 1997년 반환 때도 자주 들렸던 말이다. 당시 약 50만명이 홍콩을 떠나 캐나다 등지로 이민을 가버렸다. 하지만 홍콩은 죽지않고 여태껏 살아있다. 이번에도 홍콩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살아남을 것이다. 다만 단순한 '중국의 한 도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 평정이 끝나면 중국은 본격적으로 대만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대만 접수'의 그 날을 위해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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